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AI 호황으로 현금 여력이 커진 한국 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미국 기업 투자와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FT가 한국 기획재정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 집행액은 102억 달러(약 15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연간 대미 직접투자액도 257억 달러(약 37조6000억원)로 전년보다 약 15% 증가했다.
수실 바티자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일본 제외) M&A 책임자는 "AI가 전 세계 M&A 거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미국이 혁신의 중심이라면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그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공급망 전반에서 적합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AI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기업 주타코어의 1억 달러(약 146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의 7억50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 투자에도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미국 혁신기업에 100억 달러(약 14조6000억원)를 투자하고 이들과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AI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광학 연결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아비세나의 1억2000만 달러(약 176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참여했다.
한국 기업의 미국 기술기업 인수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헬스케어 플랫폼 젤스(Xealth)를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두산로보틱스는 202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자동화 전문기업 원엑시아(ONExia)의 지분 89.6%를 인수했다.
투자 움직임은 반도체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조선과 로봇, 바이오테크, 첨단 제조업 분야의 한국 기업들도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태원 JP모건 북아시아 M&A 공동책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금력이 풍부한 중국 기업들이 웃돈을 주고 서방 자산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며 "그러나 미·중 관계가 달라지면서 이제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주요 자산 인수에서 사실상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이 한국 기업의 미국 M&A 황금기"라며 "강력한 현금 흐름과 공급망 리쇼어링의 필요성, 시장 접근성 확보 요구 때문에 이들이 더 크고 변혁적인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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