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독감백신 국가예방접종(NIP) 조달 단가가 8000원대로 형성되면서 국내 백신업계의 출혈 경쟁이 한층 심화됐다. 업계는 국민 건강 보호와 보건안보를 위해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가격 인하가 지속될 경우 연구개발(R&D) 선순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조달청에 따르면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구매' 입찰 결과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한국백신,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보령바이오파마, 일양약품 등 6개 업체가 최종 낙찰됐다.
이번 입찰은 질병청이 제시한 예정가격(9690원) 이하에서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부터 희망 물량을 배정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8851원으로 가장 많은 270만도즈를 확보했고, GC녹십자(8920원), 한국백신(8952원),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8965원), 보령바이오파마(9005원), 일양약품(9199원)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3가 백신 계약 단가(9339~9660원)과 비교하면 올해 단가는 약 5% 낮아졌다.
업계는 국내 독감백신이 3가로 전환되며 시장 전반의 단가가 낮아지는 흐름이라고 본다. 다만 국가예방접종은 공공보건사업인 만큼 수익성보다는 안정적 공급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기한이 짧아 재고 부담이 큰 백신 특성상 안정적인 공공 물량은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수익성이 낮더라도 NIP를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로 공장 가동과 고정비, 재고 해소, 비급여 시장 연계, 정부와의 신뢰도 구축 등을 꼽았다. 그는 "해외도 미국 CDC 어린이 백신 프로그램이나 국제 조달 등에서 낮은 가격에 조달한다"며 "대규모 공급이라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낮은 입찰 가격에 대한 부담도 공존한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비를 갖춘 업체들은 국가 계획 아래 참여하는 사업인 만큼 쉽게 빠질 수 없는 시장"이라며 "국민 건강을 위한 사업인 만큼 참여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고민이 없을 수는 없다"이라고 덧붙였다.
지나친 가격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선순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가격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가격이 뒷받침돼야 백신 시장 R&D 선순환이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은 생산보다 개발 비용이 큰 산업인 만큼 일정 수준의 수익이 확보돼야 다시 연구에 투자하는 선순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접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상반응 등에 대해서도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공성을 감안한 제도적 지원, 원팀으로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갖춰져야 장기적인 R&D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은 국내 NIP 백신의 안정적인 개발과 공급을 뒷받침할 정책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은 국가 보건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분야인 만큼 여건만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며 "정부 주도의 사전구매 합의제도와 국내 개발 백신에 대한 인센티브 등의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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