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긴축의 시대, 이제는 모두가 대비해야 한다

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를 올릴지, 아니면 동결할지에 쏠려 있다. 그러나 이번 금통위에서 더 중요한 것은 기준금리 0.25%포인트의 변화 자체가 아니다. 한국 경제가 다시 긴축 국면으로 들어서는 신호를 보내느냐가 핵심이다.

이미 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국채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먼저 상승했고 은행의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가계대출은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원화 가치 역시 대외 변수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한국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이 그만큼 좁아진 것이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오랫동안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익숙해져 왔다. 기업은 낮은 금리를 전제로 투자 계획을 세웠고, 가계는 대출을 통해 자산을 늘렸으며, 정부도 확장 재정을 통해 경기를 떠받쳤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 환경은 당시와 완전히 다르다. 물가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까지 다시 자극받는다면 통화당국은 긴축을 외면하기 어렵다.

금리를 높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은 커지고, 소비는 위축될 수 있다. 내수 회복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긴축은 경기의 하방 위험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통화당국이 물가와 금융안정을 외면할 수는 없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 아니라 통화가치와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저금리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다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기업은 차입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며, 정부는 재정 확대가 가장 손쉬운 해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하지만 고금리와 고물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지금의 세계 경제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특히 정부 정책도 통화정책과 같은 방향을 향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금리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줄이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과도한 재정 확대나 시장을 자극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금융정책, 부동산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시장의 신뢰도 높아진다.

기업 역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저금리 시절에는 공격적인 차입경영이 성장의 수단이 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재무 건전성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크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낮을 때 늘린 부채는 금리가 오르는 순간 가장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추가 차입이 아니라 부채 관리와 위험 분산이다.

한국은행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금리 조정이 아니라 우리 경제에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설령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긴축 기조가 끝났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시장은 이미 새로운 환경을 반영하기 시작했고, 경제 주체들도 이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긴축은 성장을 가로막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과도한 유동성과 부채에 의존했던 경제 체질을 정상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금통위의 결정 자체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새로운 경제 질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다. 긴축의 시대는 이미 문 앞에 와 있다. 준비하는 자만이 그 변화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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