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터뷰]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변동성은 뉴노멀…AI 투자는 이제 시작"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본부장 사진키움투자자산운용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사진=키움투자자산운용]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순자산 500조원을 넘나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략도 한층 세분화되면서 ETF는 대표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할지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최근 아주경제와 만나 "앞으로는 변동성이 일상이 되는 시대를 전제로 투자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문명 투자 초기…조급할 필요 없어"

이 본부장은 국내 ETF 시장에서 커버드콜 등 다양한 월배당 상품 개발을 이끌어 온 전문가다. 20여 년간 ETF 시장을 지켜온 그는 현재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변동성 뉴노멀'을 제시했다.

그는 "변동성이 낮아지는 걸 기다리면 안 된다"며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변동성 자체를 새로운 투자 환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AI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지 않았고, 새로운 기술과 수익모델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시장 변동성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를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이러한 맥락에서 변동성을 AI 투자의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생산성 혁신이 본격화되는 초입에 진입한 만큼 장기적인 투자 기회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 본부장은 "지금 AI 문명 투자는 초기"라며 "앞으로 투자 기회가 엄청 많이 남아 있다. 조급하게 한 번에 해결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의 철학은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상품 설계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단순히 유행하는 테마를 따르기보다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ETF에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대표 사례로는 'KIWOOM 미국우주데이터센터인프라' ETF를 들었다. 이 본부장은 "다른 운용사들이 우주 산업 자체에 투자했다면 우리는 우주에서 실제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에 집중했다"며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발사체 기업과 반도체, 빅테크 기업을 함께 담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추구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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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사진=키움투자자산운용]
"CPU에 주목해야…코스피는 반도체 AI 테마"

이 본부장은 AI 투자의 무게중심이 향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에서 중앙처리장치(CPU)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GPU가 병렬 연산을 담당하고, 메모리가 데이터를 담는 역할이었다면 앞으로 현실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틱 AI, 피지컬 AI 시대에는 CPU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다음은 CPU에 주목해야 할 시기"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 구조에 대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코스피는 일반적인 시장지수라기보다 반도체 중심의 테마 ETF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그는 "코스피는 잘 분산된 시장이 아니라 현재는 반도체 AI 테마"라며 "미국의 AI 반도체 테마 ETF와 (움직임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특정 산업에 대한 편중이 심한 만큼 자산배분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미국 주식을 코어 자산으로 두거나 채권 혼합 상품 등을 활용해 변동성을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욕심을 조금 줄여야 변동성을 견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접근은 'KIWOOM 미국S&P500모멘텀' ETF에도 반영됐다. 해당 상품은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상대적으로 모멘텀이 강한 100개 종목에 투자한다. 이 본부장은 "시장 변화에 맞춰 우수한 종목으로 6개월마다 리밸런싱되는 모멘텀 전략이 국내 투자자의 성향과 잘 맞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레버리지 ETF 문제는 자금 흐름 왜곡"

최근 불거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레버리지 ETF 때문에 변동성이 커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변동성의 원인은 한국 증시의 구조이지 레버리지 ETF 자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자금 흐름을 왜곡하는 부작용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그는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수급을 꼬이게 하는 것"이라며 "시장 급락 때 다른 종목을 팔고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자금 흐름이 왜곡된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이 본부장은 레버리지 ETF를 일반 ETF와 동일한 투자 상품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ETF의 핵심은 투명성·분산성·거래 편의성인데 레버리지는 분산성이 없다. 트레이딩 도구에 가깝다"며 "레버리지 ETF 전용 계좌를 만들고 별도 교육을 받은 투자자만 거래하도록 해야 한다. 투자 한도를 설정하고 미성년자 거래를 제한하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구체적 해법을 제시했다.
 
"무리한 투자보단 장기적으로 버텨야"

이 본부장은 결국 AI 시대에는 높은 수익보다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리스크를 키우는 상품을 만드는 것은 쉽지만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을 내는 상품을 설계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며 "복잡한 금융이론을 ETF 안에 녹여 투자자가 편하게 장기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운용사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ETF 시장이 성장할수록 투자 문화도 한층 성숙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금은 트레이딩 중심 투자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지수 추종 투자자와 월배당 투자자도 꾸준히 존재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자들도 시장을 경험하고 학습하면 점차 장기 투자와 자산배분 중심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시장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즉 호랑이 등에 탄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려 하거나 더 큰 수익을 노리겠다고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는 변동성을 받아들이면서 장기적으로 버티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제품도 사용설명서를 읽고 상황에 맞게 활용해야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듯 투자도 자신의 목적과 성향에 맞는 ETF를 선택해야 장기적으로 편안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품의 구조와 특성을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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