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잘 쓰면 월 140만원 수당…日기업, 인사평가 기준 바꾼다

  • 혼다, 직원 4만 5000명 대상 AI 역량 인증

  • 패밀리마트·ANA는 업무 성과 평가… 미쓰비시상사, 승진 요건으로

이미지챗GPT 생성
[이미지=챗GPT 생성]



일본 대기업들이 직원의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을 수당과 인사평가, 승진에 반영하는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AI 활용을 독려하는 데서 나아가 실제 업무 성과를 보상과 인사에 직접 연계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2일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가 AI 활용 능력을 인정받은 직원에게 월 최대 15만 엔(약 14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소를 포함한 일본 국내 전체 직원 약 4만 5000명이 대상이다.

혼다는 직원의 AI 활용 능력을 3단계로 평가해 기본급과 별도로 수당을 지급한다. 필기시험과 면담, 실제 업무 성과 등을 바탕으로 등급을 정한다. AI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낸 직원이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올해 7월 현재 인증자는 280명으로, 혼다는 이를 수년 안에 1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월 15만 엔을 받는 최상위 등급 직원은 현재 10명가량이다. 최상위 등급은 연구개발·생산·관리 등 각 조직에 맞는 AI 활용 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 직원에게 부여된다. 혼다는 이들이 다른 직원들에게 AI 활용법을 전파하고 사내 도입을 확산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활용 실적을 전 직원의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패밀리마트는 지난 4월부터 전 직원 약 4500명이 업무 목표에 AI 활용 계획을 포함하도록 하고, 달성 정도와 업무 개선 성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기로 했다. 전일본공수(ANA)는 2024회계연도부터 AI로 업무를 개선한 성과를 인사고과와 급여에 반영하고 있다. 정비사가 항공기 엔진의 육안 검사에 AI 이미지 분석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ANA는 AI 활용 성과를 통상 업무와 분리해 평가하고, 직무 등급별로 목표 수준을 달리해 직무 등급이 낮은 직원도 큰 성과를 내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미쓰비시상사는 2027회계연도부터 일본딥러닝협회의 AI 관련 자격시험인 'G검정' 합격을 과장급 관리직의 승진 요건으로 삼을 계획이다. 스미토모상사는 자격증 보유 여부와 업무 실적을 토대로 전 직원의 AI 활용 능력을 6단계로 나눠 평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수당과 승진까지 내건 배경에는 AI 활용이 일부 부서에 머물러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일본 인재업체 퍼솔커리어가 지난 2월 AI를 활용하는 제조·통신업체 등 5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전사적으로 AI를 쓰는 기업은 20%에 그쳤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5월 발표한 생성 AI 보급률 조사(올해 1~3월 기준)에서도 일본은 22.5%로 세계 48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16위, 미국은 21위였으며, 아랍에미리트(UAE)가 1위, 싱가포르가 2위를 차지했다.

다만 AI를 많이 쓴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평가를 주면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미국 아마존은 최근 직원들의 AI 도구 이용 실적 순위 매기기를 중단했다. 일부 직원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에까지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사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AI 사용을 독려한 제도가 오히려 '사용량 늘리기' 경쟁으로 변질된 것이다. 미국 세일즈포스는 AI 활용의 실질적인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지난 2월 직원의 업무 성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추적하는 지표를 도입했다.

직종별로 AI 활용 기회와 교육 여건이 다르다는 점도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게 한다. 리크루트웍스 연구소의 지노 쇼헤이 연구원은 "AI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환경도 균등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활용을 요구하면 불공평하다는 인식을 낳을 수 있다고 짚었다.

AI를 인사평가에 반영한 일본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 닛케이가 지난 3월 주요 기업 143곳을 조사한 결과, 관련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들이 맞닥뜨린 과제는 직원들이 AI를 얼마나 많이 썼는지가 아니라, AI를 통해 업무를 얼마나 개선했는지를 제대로 평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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