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며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 성과급에 한정된 내용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개정안은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나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 일반 근로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0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성과급 지역화폐 지급 개정안의 신·구조문 대비표가 확산했다.
공개된 법안 '신·구조문대비표'에는 현행과 개정안의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현행은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따라 임금을 통화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안에는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 또는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 등 통화 이외의 수단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정치 성향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평소 입장이 다른 보수·진보 성향 커뮤니티 모두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처음엔 삼성전자, 하이닉스 성과급만 해당하는 줄 알았는데 모든 근로자가 대상"이라며 "공산주의 빌드업 시작이다"고 반발했다.
다른 누리꾼들 역시 "근로자 동의라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사실상 반강제 아니냐", "지역화폐가 대량으로 풀리면 물가부터 오르는 것 아니냐", "국회의원 월급부터 지역화폐로 지급해 봐라", "대통령부터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까지 먼저 3년간 시범사업 해보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의 과거 재산 관련 보도를 언급했다. 누리꾼들은 "저 개정안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이 25년 기준 무려 13채로 가장 많은 주택 보유 수를 기록했다. 그 정도면 국회의원이 아니라 임대사업자 수준 아니냐", "국민 임금으로 실험하지 말고 세비부터 적용해라"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10일 성명을 내고 해당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노조는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으면 성과급 등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임금 통화 지급 원칙을 훼손하는 위험한 시도"라며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대표 발의,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나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 지역사랑상품권 등 통화 이외의 수단으로 임금 일부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또한 잇달아 철회를 요구했다.
초기업노조는 "지역사랑상품권이 통화와 다를 바 없다고 확신한다면 근로자 임금이 아니라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세비에 먼저 적용하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초과이익 환수 정책 논란과 맞물려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익 환수 정책 검토 중단 및 기업 경쟁력 훼손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참여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과 SK하이닉스가 각각 약 400조 원, 300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지급될 성과급 역시 1인당 평균 수억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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