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대책으론 교권 붕괴 못 막아"…국교위·KEDI, 교육공동체 교권강화 포럼 성료

  • 9일 프레스센터서 '교육공동체가 함께 모색하는 교원의 교육활동보호 강화 방안' 포럼 개최

  • 유경훈 본부장 "법 개정에도 교사 68.9% 민원 불안…사각지대 여전" 실태 고발

  • 장덕호 교수 "알파세대·과보호 맞물려 위기…'교사수권형' 전환 등 15개 과제 시급"

국가교육위원회와 한국교육개발원은 9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교육공동체가 함께 모색하는 교원의 교육활동보호 강화 방안’을 주제로 공동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가교육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와 한국교육개발원은 9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교육공동체가 함께 모색하는 교원의 교육활동보호 강화 방안’을 주제로 공동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가교육위원회]
학교 교실이 배움의 공간을 넘어 무분별한 소송과 민원이 오가는 사법적 전장(戰場)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교육계의 뼈아픈 자성이 나왔다. 국가교육위원회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공동 포럼을 열고, 단순한 법률 개정을 넘어 교사를 전문가로 인정하고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포럼에 참석한 발제자들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교사들의 고통을 낱낱이 분석하며, 보다 촘촘하고 구조적인 안전망 구축을 요구했다.
 
국가교육위원회와 한국교육개발원은 9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교육공동체가 함께 모색하는 교원의 교육활동보호 강화 방안’을 주제로 공동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최근 급증하는 교원 대상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실태를 짚어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과 고영선 KEDI 원장을 비롯해 유경훈 KEDI 초중등교육연구본부장, 장덕호 건국대 교수 등 각계 교육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차정인·고영선 “교권은 국가 책임이자 신뢰 회복의 출발점”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교육은 불가능하며, 이는 모든 아이들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현 교육계가 처한 문제점을 되짚었다. 특히 현재 교권 관련 문제에 대해 “우리가 만든 문제, 우리의 지적 게으름과 약간씩의 비겁함이 만든 문제”라며 “그 해결도 우리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과 행정 당국자들이) 오직 하나의 목표하에 소통하며 움직여야 한다”며 “이렇게 협업을 해나간다면 2년 내에 현장에서 먼저 가시적 변화를 체감할 정도가 되고, 통계에 잡히고, 약 5년 내에 구조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차 위원장은 국교위 차원에서 교육 관계 부처와의 적극적 협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며, “초중고 학교가 몇 년 뒤에, 사랑과 존경, 우정의 공동체로 온전히 거듭나는 설레는 비전을 품고 의논하고 협력하며, 함께 뜻 모아 일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영선 KEDI 원장 역시 환영사에서 “오늘날 교육 현장의 가장 심각한 과제는 공동체 문화의 쇠퇴와 구성원 간 신뢰 하락”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는 법과 규정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구성원 간 건강한 관계성을 회복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실천적 개선 방향을 치열하게 논의할 것을 당부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9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공동포럼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교육위원회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9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공동포럼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교육위원회]
 
유경훈 본부장 “제도 개선에도 불안 여전…사법화가 전문성 위축시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유경훈 KEDI 초중등교육연구본부장은 ‘교육활동 침해 실태와 정책 대응 현황’ 발제를 통해 공식 통계 이면에 가려진 교사들의 잠재적 위축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유 본부장에 따르면, 2024년 4234건이었던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가 2025년 상반기에만 이미 2189건 집계되는 등 침해 사례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특히 교권보호 5법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교사의 68.9%는 여전히 '민원·신고 발생을 상시 우려'하고 있으며 65.8%는 '교육활동이 보호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중학교 교사의 34.8%는 피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 등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이 팽배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이어 유 본부장은 현재 교육활동 침해 실태의 5가지 주요 특징으로 △사건화 이전의 위축과 불안 △갈등 책임의 개인화 △복합적 학생 지원 수요에 대한 지원체계 불일치 △학교 조직문화 및 업무구조와의 연계성 △권리 대립 프레임을 넘어선 신뢰 회복 논의 확대를 꼽았다.
 
그는 "처분 결과와 무관하게 아동학대 신고 접수 순간 교사의 일상은 멈추고 방어적 교육으로 물러서게 된다"며 "ADHD나 경계선 지능 등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교사 개인 혼자 감당하게 두지 말고, 교권 보호를 학생의 학습권과 공교육의 공공성을 함께 지키는 '관계적 권리'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덕호 교수 “‘행정수권형’에서 ‘교사수권형’으로 패러다임 완전히 바꿔야”
​​​​​​​기조 발제에 나선 장덕호 건국대 교수는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를 위한 방향과 과제 탐색'을 주제로 교권 위기의 원인을 사회구조적 변화와 사법화 현상에서 찾았다.
 
장 교수는 "짧은 집중력을 가진 '알파세대'의 등장과 한 자녀에 투자를 집중하는 이른바 '헬리콥터맘'의 과보호가 맞물려 생활지도의 난이도가 극도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에 반해 한국 교사들은 주당 6시간이라는 OECD 최장 수준의 행정 업무와 세계 최고 수준의 학부모 민원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동료 간 협력은 최하위권인 '고부담·저협력'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교위 교권회복특위가 도출한 4대 분야 15개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른바 '기분상해죄'로 전락한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학교폭력예방법을 정비하며, 관리자의 실무 리더십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장 교수는 "교육과정을 행정 라인이 수령하는 현재의 '행정수권형' 체계에서는 교사가 일선 행정 작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교사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의 1차 해석자가 되는 '교사수권형' 체제로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해야만 잃어버린 교육적 권위와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9일 열린 공동포럼에서 토론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이 교권 보호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국가교육위원회
9일 열린 공동포럼에서 토론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이 교권 보호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국가교육위원회]
 
9인의 각계 전문가 총출동…실질적 대안 마련 위해 머리 맞대
두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 세션에서는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전 한국교육학회장)가 좌장을 맡아 각계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현장 교사부터 학부모, 노조, 학계 전문가 등 총 9명의 패널이 참여해 교권 보호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치열한 논의를 이어갔다.
 
토론자로는 △조재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권익위원회 위원장(풍덕초 교사) △전은영 전국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대표(국교위 위원) △장세린 전 국교위 고교교육특별위원회 위원(금구초 교사) △김은혜 가정과자녀수호협회 공동대표 △이수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 △최종선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학생·학부모연구실장 △김영식 전 국교위 학교공동체회복특별위원회 위원(덕양중 교사) △김병찬 한국교육학회 수석부회장(경희대 교수)이 나서, 각 주체의 입장을 대변하며 신뢰받는 학교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실천적 연대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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