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가소득은 승격했는데... 증시 평가는 제자리?

  • 수출·성장률 힘입어 세계은행 등급 상향... MSCI는 프런티어 유지

  • VN-Index 상반기 4.2% 상승에도 빈그룹 제외하면 약세 흐름

2일 오전 11시 25분 기준 VN INDEX 사진인베스팅닷컴 갈무리
2일 오전 11시 25분 기준 VN INDEX [사진=인베스팅닷컴 갈무리]

베트남이 세계은행 소득 분류에서 상위 중소득국으로 올라섰지만 자본시장의 ‘신흥시장’ 문턱은 넘지 못했다. 경제 성장과 수출 확대가 국가 소득등급을 끌어올린 반면 MSCI 평가는 외국인 투자 접근성, 결제·청산, 공시 제도라는 과제가 남았다.

1일(현지 시각) 베트남 VnExpress 등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세계은행은 연례 국가 소득 분류에서 베트남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024년 4490달러(약 696만 원)에서 지난해 4970달러(약 771만 원)로 상승한 점을 반영해 베트남을 하위 중소득국에서 상위 중소득국으로 조정했다. 올해 상위 중소득국 기준은 1인당 GNI 4636달러~1만4375달러로 베트남은 이 기준선을 넘어 승격했다.

베트남의 소득등급 상향은 성장률과 수출 확대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세계은행은 베트남 수출이 2024~2025년 15% 넘게 증가했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7%와 8%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2021~2025년 베트남 GNI는 연평균 10%씩 늘었고 세계은행 전문가들은 이를 “지역에서 가장 강력하게 지속된 성장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번 분류 변경은 베트남의 중장기 경제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현대적 산업 기반을 갖춘 상위 중소득 개발도상국이 되고 2045년에는 고소득 선진국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음 단계에서 경제성장률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국가 소득등급과 달리 베트남 증시는 글로벌 지수 평가에서 아직 뚜렷한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MSCI가 지난달 24일 새벽 발표한 연례 시장분류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언급되지 않았다. 별도 통계 페이지에서도 여전히 프런티어 시장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베트남 증시는 올해 MSCI 승격 관찰대상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MSCI의 시장분류는 글로벌 자금 흐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MSCI는 각국 증시를 선진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 시장으로 나누며 시장 규모, 유동성,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 분류는 다수 글로벌 펀드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자금을 배분하는 데 활용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증시 승격은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와 연결된다.

관찰대상 명단에 들지 못한 점도 베트남 증시에는 부담으로 남았다. MSCI는 승격 또는 강등 가능성이 있는 시장을 별도 관찰대상으로 올려 추가 평가를 진행한다. 통상 한 시장이 승격되기 위해서는 최소 한 차례 연례 평가에서 관찰대상에 포함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누락은 신흥시장 편입 일정이 더 늦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MSCI는 베트남 시장의 개혁 흐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MSCI는 앞서 지난달 19일 공개한 '2026년 글로벌 시장 접근성 평가'에서 글로벌 브로커를 통한 거래 모델, 중앙청산소(CCP) 설립, 영어 공시 일정, 외국인 지분 한도와 관련한 변화 등을 긍정 요소로 인정했다. 다만 핵심 기준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항목이 많다고 봤다.

베트남 증시가 넘어서야 할 장벽은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과 시장 제도에 집중돼 있다. MSCI는 외국인 소유 제한, 외국인 투자자 권리의 평등성, 외환, 공시, 결제와 청산, 증권대차, 공매도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시장 규모와 거래대금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가 실제로 얼마나 자유롭게 거래하고 자금을 이동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지수만 보면 상반기 상승세를 기록했다. 호찌민 증시를 대표하는 VN-Index는 지난해 말 1784포인트에서 1860포인트로 올라 올해 상반기 4.2% 상승했다. 다만 이 흐름은 6개월 동안 큰 변동성을 동반했다. 중동 긴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지수는 한때 1600포인트 아래로 밀렸고 이후 강하게 반등해 지난 5월 중순 1927포인트까지 올랐다.

VN-Index의 상승률은 일부 대형주 영향이 크게 반영된 결과다. 빈그룹 관련 4개 종목을 제외하면 호찌민증권거래소 대표 지수는 1747포인트로 계산돼 지난해 말보다 2% 넘게 낮다. 안빈증권(ABS) 분석팀은 이 수준이 지난해 3월 저점에 가까우며 시장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이지만 자금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편, 베트남은 세계은행 소득 분류에서 상위 중소득국으로 올라서며 경제 성장 성과를 인정받았지만 MSCI 신흥시장 편입을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결제·청산 체계, 공시 제도 개선을 더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VN-Index가 상반기 상승률을 기록했음에도 일부 대형주 의존도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 함께 확인되면서 베트남 자본시장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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