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 최대, 부실 더 미룰 수 없다

 

고금리에 1분기 자영업자 연체 빚 13 증가
고금리에 1분기 자영업자 연체 빚 13% 증가

자영업자의 빚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95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연체액은 2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고, 연체율도 2.04%까지 올라 2015년 2분기 이후 10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중소득 자영업자 연체율은 3.64%에 달했고, 저소득 자영업자 연체율도 2.13%로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의 충격이 자영업 현장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 부실은 단순한 개인 채무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의 내수 기반과 고용 안전망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자영업자는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동시에 임시직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떠받친다. 이들이 버티지 못하면 폐업이 늘고, 지역 상권은 식고, 금융권의 건전성도 악화된다. 자영업 대출 부실은 골목상권의 위기이자 금융시스템의 잠재 리스크다.

문제는 회복의 출구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기간 대출로 버틴 자영업자는 이후 고금리와 물가 부담, 인건비 상승, 소비 둔화를 한꺼번에 맞았다. 매출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이자 부담은 커졌다. 원리금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숨겨졌던 부실이 연체로 드러나고 있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영세 자영업자는 카드론, 저축은행, 대부업 등 더 비싼 돈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정부와 금융권은 채무조정, 대환대출, 이자 환급, 정책금융 공급 등 지원책을 여러 차례 내놨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미 상환능력을 잃은 차주에게 새 대출을 더 얹어주는 방식은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빚으로 빚을 막는 정책은 시간을 벌 수는 있어도 부실을 줄이지 못한다. 매출 회복 가능성이 있는 사업자와 구조적으로 회생이 어려운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은 일률적 지원도 한계가 뚜렷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만기 연장이 아니라 정교한 선별과 구조조정이다. 살아날 수 있는 자영업자에게는 저금리 대환, 임대료·인건비 부담 완화, 디지털 전환 지원 등으로 재기를 도와야 한다. 반대로 이미 영업 지속이 어려운 사업자에게는 폐업 컨설팅, 채무조정, 재취업 지원을 연결해야 한다. 폐업을 실패로만 취급해 빚더미 속에 방치하면 부실은 더 커진다.

금융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담보와 보증에 기대 대출을 늘리던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 자영업자의 매출 흐름, 업종 전망, 상권 변화를 제대로 보지 않은 채 대출을 공급했다면 부실의 책임을 차주에게만 돌릴 수 없다. 은행은 연체가 현실화된 뒤 회수에 나설 것이 아니라, 조기 경보와 맞춤형 채무조정으로 부실 확산을 막아야 한다. 금융당국도 업종별, 소득별, 다중채무별 위험을 더 촘촘히 관리해야 한다.

자영업자 위기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임금근로 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생계형 창업으로 몰리고, 과밀 업종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다 빚으로 버티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자영업 대출 연체액 최대라는 숫자는 그 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다. 단기 금융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내수 회복, 노동시장 안전망, 상권 재편, 폐업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임시 처방이 아니라 부실을 인정하고 정리할 용기다. 갚을 수 없는 빚을 계속 미루는 것은 자영업자도, 금융권도, 경제 전체도 더 위험하게 만든다. 자영업 대출 연체액 최대라는 경고를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살릴 곳은 살리고, 정리할 곳은 정리하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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