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탐사기획] [단독] 수도군단 여군 유산 논란 감찰 종결…징계 절차 착수

  • "권력 자랑해도 되겠냐"…임부 향한 직장 내 괴롭힘 정황 확인

  • 상관 비하 등 추가 의혹 제기…조사 시작되자 "기억 안 나" 발뺌

  • 군법 전문가 5인 "복수 피해·반복된 위력행사, 중징계 가능성"

[편집자주]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합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발품'은 20~30대 기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목소리를 기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경제·산업·정치·사회·부동산·문화를 가르지 않고, 삶과 맞닿은 모든 현장을 추적합니다. 문제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끝까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발품'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기 위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집요하게 묻겠습니다. 독자가 미처 닿지 못한 곳까지 대신 걸어가겠습니다.
29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육군 수도군단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받는 A 중령에 대한 감찰을 종료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미나이Gemini
29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육군 수도군단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받는 A 중령에 대한 감찰을 종료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미나이(Gemini)]
육군 수도군단이 임신한 부하 장교에게 폭언과 부당한 업무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A 중령에 대한 감찰을 종료했다. 수도군단은 법무조사 등을 거쳐 A 중령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9일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군단사령부는 약 2주간 감찰조사 끝에 A 중령에게 제기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A 중령이 하급자 뿐만 아니라 상급자에 대한 비하 등 상관을 모욕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 중령은 감찰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중령은 부서장 지위를 이용해 진급을 앞둔 B 소령과 C 대위 등 부하 장교들에게 부당한 업무 지시와 부조리를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자신의 평정권이 인사와 진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A 중령은 임신 초기였던 C 대위에게 규정상 출근 시간보다 이른 조기 출근을 강요할 목적으로 본래 담당 업무와 무관한 문서 수발 업무 등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C 대위는 약 5주간 지하와 지상까지 6층 높이의 건물 계단을 오르내리며 문서 수발 업무를 수행했다.

업무에 부담을 느낀 C 대위가 임신 사실을 알리고 모성보호시간 사용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A 중령은 C 대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쥔 채 "너에게 내 권력을 자랑해도 되겠냐", "엎드려뻗쳐라"는 취지의 위협적인 발언과 지시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행 규정은 임신 중인 여성 군인이 휴식이나 병원 진료 등을 위해 모성보호시간을 신청할 경우 이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A 중령은 규정에 반하는 위압적인 행위를 한 것이다. 

A 중령이 강압적인 조직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C 대위는 보장된 모성보호 권리를 온전히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C 대위는 직장 내 괴롭힘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하혈 증상을 겪은 뒤 임신 10주 차에 유산했다.

수도군단사령부는 뒤늦게 관련 사실을 인지한 뒤 A 중령에 대한 감찰조사를 진행하고, 제기된 의혹 상당 부분을 뒷받침할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중령에 대한 법무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징계 여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 18일 군 법무관 출신과 군 인권 문제를 다뤄온 변호사 5명을 상대로 해당 사안의 법률 쟁점을 짚었다. 법률전문가들은 모두 A 중령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군형법상 가혹행위와 강요·협박, 직권남용 등이 적용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특히 상급자가 평정권과 지휘권을 앞세워 임신한 부하 장교에게 규정에 어긋난 출근과 업무를 반복적으로 요구했다면, 단순한 지휘·감독 범위를 넘어선 위력 행사로 판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가 복수라는 점도 중징계 사유로 꼽았다. 군검사 출신의 변경식 법무법인 일로 대표변호사는 "폭언·직권남용 등 다수의 비위 행위가 있고 피해자가 2명 이상이며,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징계 가중 요소에 해당해 기본 징계인 정직이나 감봉을 넘어 강등 이상의 중징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A 중령의 부당한 지시와 직장 내 괴롭힘이 C 대위의 유산으로 이어졌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더라도, 사건의 중대성과 징계 수위를 판단하는 데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이자 검사 출신인 송승환 솔루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가해자의 가혹행위로 인해 유산이 발생했더라도 법정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유산이라는 결과는 상해죄 등 별도의 범죄를 구성하기보다는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양형상 고려 요소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징계 절차와 별개로 보직해임 등 인사 조치가 병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사안의 중대성과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서 형사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군의 인사·진급 구조와 폐쇄적 조직 문화의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 19일 육군 장교 출신 유튜버 '캡틴 김상호'(김상호)씨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과 군 조직문화의 실태를 짚었다. 김씨는 군의 구조적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구독자 40만명 규모의 유튜버다.

김씨는 "계급 정년이 있는 장교 조직에서 제때 진급하지 못하면 연금 수급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나이만 들어 전역해야 하는 거대한 리스크를 안게 된다"고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을 꼬집었다. 장교들의 진급 과정에서 상급자의 평정이 개인의 군 경력과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당한 지시와 괴롭힘을 견딜 수밖에 없어 이를 악용한 부조리가 근절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제를 인지한 동료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조직문화 역시 개선 과제로 꼽혔다. 지휘관이나 중간관리자가 사건을 초기에 인지했더라도 조직의 평판과 인사상 책임을 우려해 문제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어 구조적으로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 16일부터 A 중령에 대한 제보를 접수해 피해자와 목격자 등 10여명 이상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상당수는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구체적인 증언을 꺼리고 묵인과 방관을 택했다.

한편 군 관계자는 "감찰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규정에 따른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이며, 향후 추가 법무조사 등을 거쳐 최종 조치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감찰조사 종료와 후속 절차 진행이 제기된 의혹 전체가 사실로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군은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와 필요한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A 중령에 대한 징계 결과는 물론 군의 후속 조치, 피해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여부를 지속 취재할 계획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