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한국 선박에 승선했던 선원의 가족 A씨는 선박이 약 4개월간 현지에 머무는 동안 국내에 남겨진 가족들은 사실상 정보 공백 속에 방치됐다고 호소했다. 선박의 안전 확보와 별개로 정부가 불안에 놓인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상황 설명조차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다수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장기간 발이 묶였다. 이후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가 나오면서 현지에 발이 묶였던 선박들의 이동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일부 한국 선박도 이 과정에서 해협을 벗어났다.
그러나 선원 가족들이 체감한 정부 대응은 달랐다. A씨는 "무사히 빠져나온 것은 정말 다행이지만,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토로했다.
A씨가 가장 큰 불안을 느낀 건 HMM 나무호 피격 당시였다. 당시 언론은 일제히 '한국 선박 피격'을 보도했지만 초기 보도에서 선명이 곧바로 확인되지 않았다. 호르무즈 일대에 머물던 다른 한국 선박 가족들은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다.
A씨는 "나무호가 피격당했던 날 밤 쏟아지는 기사 속에서도 정확한 선명은 나오지 않았고, 가족과도 연락이 닿지 않아 과호흡이 올 정도였다"며 "1분 1초가 정말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 선박들이 약 4개월간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빠져 나오지 못하는 동안 국내 가족들을 향한 정부의 안내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3월 1일 오전 호르무즈 봉쇄가 시작됐을 때 상황 파악을 위해 직접 해양수산부에 연락했지만, 해당 해역에 한국 선박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가족이 타고 있는 선명을 제시하고 나서야 항구에 정박 중인 선박은 안전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도 정부는 선사에 문의하라거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며 "가족들은 한 번도 정부나 회사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현지에 한국 선박들이 머무르고 있었음에도 초기 상황 파악과 가족 대상 정보 공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교전·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는 해역에 선박이 장기간 머무는 상황에서, 선원 안전뿐 아니라 국내 가족들의 불안까지 위기 대응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씨는 향후 유사한 위기 상황이 재발할 경우 국내에 남겨진 선원 가족들이 최소한의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공식 소통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박한 재난이나 교전 상황에서는 선원들이 가족들에게 직접 현황을 설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최소한의 상황 설명과 안전 여부만이라도 신속히 공유해준다면 남겨진 가족들이 불안을 덜고 일상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호르무즈 사태 초기 대응 과정에서는 정보 공유와 실태 파악 면에서 아쉬움이 컸다"며 "선박이 무사히 빠져나온 것과 별개로, 국내 가족들이 불안 속에서 알아서 버텨야 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됐던 한국 국적 선박은 지난주 대부분 빠져나와 26척 중 3척이 남아 있다. 3척 중 1척은 지난달 초 피격을 입은 HMM 나무호로 현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항에서 수리 작업 중이다. 나머지 2척은 선적 작업 등이 남아 있거나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재고조 가능성을 감안해 통항 계획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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