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과 고위 당국자들이 이날 산업계 관계자와 연방하원 주요 의원들에게 F126 호위함 6척 건조 계획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대신 이보다 작은 규모의 메코(Meko) A-200 호위함 8척을 구매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획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처음 보도했다.
F126 사업은 길이 166m, 배수량 1만t 규모의 다목적 호위함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장기간 해상 작전과 다양한 임무 수행을 목표로 설계됐으며, 핵심 역량 중 하나는 대잠전(잠수함을 탐지·추적·공격하는 해상 작전)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발트해와 북대서양에서 러시아 억제력을 강화하면서 대잠전 능력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양측의 갈등이 커지자 독일 정부는 다멘을 주계약자 지위에서 물러나게 하고, 이를 독일 방산 대기업 라인메탈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라인메탈은 F126 사업 인수를 위해 128억 유로(약 22조원) 규모의 제안을 냈고, 해당 계약은 여름 휴회 전 연방하원 예산위원회 승인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 사업 비용과 인도 시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독일 정부는 결국 사업 폐기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FT는 F126 사업과 관련해 이미 투입된 비용 가운데 약 20억 유로가 손실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라인메탈에도 타격이다. 라인메탈은 올해 15억 유로를 들여 나발 야즈 뤼르센을 인수하며 기존 장갑차·포병·탄약 중심 사업에서 조선 분야로 확장을 추진해왔다. F126 사업 인수는 육상·해상·공중·우주 영역을 아우르는 무기체계 통합 전략의 핵심으로 평가됐다.
독일 정부에는 정치적 부담도 크다. 독일은 2030년 말까지 군 현대화에 7800억 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며, 유럽 방위·안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독일 해군 최대 규모 조달 사업이 사실상 좌초되면서 최근 독일의 대표적인 조달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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