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만의 프리즘] 계란값 급등, 서민밥상 지키는 균형 잡힌 물가정책 필요

17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계란의 품절 안내판이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계란의 품절 안내판이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계란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계란은 대표적인 서민 식재료다. 그런 만큼 계란값 상승은 단순히 특정 품목의 가격 변동을 넘어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물가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계란은 제과·제빵, 외식, 가공식품 등 다양한 산업의 핵심 원재료로 사용되는 만큼 가격 상승이 식품업계 전반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물가 상승은 서민들의 밥상에서 가장 먼저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식탁에 오르는 기본 식재료조차 마음 놓고 구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계란값 상승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 사료 가격 상승, 인건비와 물류비 증가,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성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유통 단계의 문제나 일부 사업자의 가격 결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적지 않다. 따라서 정부 역시 단기 처방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공급망 전반을 점검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계란 수급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산 농가에 대한 방역 지원을 강화하고, 사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정 기간 수입 물량 확대나 관세 조정 등 공급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유통 과정에서 불합리한 가격 왜곡이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장 원리를 역행하는 인위적 가격 통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가가 오른다는 이유로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만 억누르는 방식은 사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가 모두 상승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무조건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대책에 불과하다.

실제로 많은 식품업체들은 최근 몇년간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음에도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원가 상승이 장기간 지속되면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투자 축소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그 피해는 다시 소비자와 국민경제에 돌아오게 된다.

과거에도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일시적으로 가격 인상을 늦출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물가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기업의 경영 부담만 키우고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물가는 행정 지시로 잡는 것이 아니라 공급 확대와 비용 절감, 시장 효율성 제고를 통해 안정시켜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소비자와 기업을 대립 구도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국민의 가계 부담을 줄이는 일과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만드는 일은 서로 충돌하는 목표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과제다. 생산 농가에는 안정적인 생산 여건을 제공하고, 식품업계에는 원가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확대하며, 소비자에게는 물가 안정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

물가 안정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 가운데 하나다. 국민이 매일 먹는 계란 한 판 가격조차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계란값 급등을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서민 경제의 경고등으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공급 확대와 유통 구조 개선, 생산비 부담 완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물가 불안을 조기에 진정시켜야 한다. 국민과 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물가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서민 밥상을 지키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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