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사임으로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6번의 총리가 교체되는 역사를 썼다. 이런 가운데 반복되는 정치 불안정의 근본 원인이 장기적인 경제 침체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23일(현지시간) '영국은 왜 총리를 붙잡아두지 못하는가? 문제는 경제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영국 유권자들의 생활수준 정체와 경제 성장 부진이 잇따른 총리 교체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노동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 총리는 취임 2년 만에 퇴진을 앞두고 있다. 앞서 리시 수낵, 리즈 트러스, 보리스 존슨,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역시 짧은 재임 기간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CNN은 이들 지도자가 서로 다른 정치적 배경을 가졌음에도 공통적으로 저성장과 생활비 위기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노동당이 집권한 2024년 이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평균 주급(보너스 제외)은 494파운드로 1%도 오르지 않았다. 세금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라울 루파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영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에 "모든 것은 결국 경제로 귀결된다"며 "영국의 부진한 경제 성과는 사람들이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영국 경제의 고질적인 저성장 문제가 정치 불안정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취임한 2016년 7월 이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약 1% 수준에 머물렀다.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1인당 GDP 역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 같은 경제적 피로감은 2024년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으로 이어졌다. 당시 노동당은 변화를 내세우며 14년간 집권한 보수당을 꺾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에도 생활비 부담과 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커졌고,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이 큰 패배를 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벤 해리슨 랭커스터대 워크파운데이션 소장은 CNN에 "생활비 압박은 전국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라며 "이는 많은 유권자들의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차기 총리 역시 같은 경제 환경을 물려받게 된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1월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루파렐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성장을 이뤄내는 것은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인프라 건설이나 에너지 가격 인하 같은 정책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국산업연맹(CBI)의 레인 뉴턴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의 경제적 도전 과제는 총리가 바뀐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며 "차기 지도자는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실현 가능한 성장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결국 영국 정치의 잦은 리더십 교체는 특정 정치인의 실패라기보다 장기간 이어진 저성장과 생활수준 정체가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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