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스닥] "투자할 기업이 없다"…사람도 돈도 떠나는 코스닥

코스닥 지수가 4년 만에 1000을 넘은 지난 1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기념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코스닥 지수가 4년 만에 1000을 넘은 지난 1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기념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올해로 개장 30돌을 맞는 코스닥이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수는 지난 4월 1229를 찍은 뒤 하락세가 이어지며 다시 900선에 갇힌 형국이다. 형님인 코스피가 9000을 넘긴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증권가에선 "지금 코스닥은 투자할 매력이 전혀 없는 시장"이라고 지적한다. 투자할 만한 기업이 없다 보니 돈도 사람도 코스닥을 떠나는 분위기다. 일일 거래량은 1년 전 대비 40% 넘게 줄었다. 투자자가 떠나니 지수도 다시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올해 코스닥 상장사 10곳 중 7곳은 주가가 빠졌다. 코스닥 시장 부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코스닥 주요 지표
코스닥 주요 지표
코스피는 급등인데 코스닥은 단 4%↑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코스피 상승률은 144%였다. 반면 코스닥은 4.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게걸음'을 한 것이다. 상승률 기준으로는 주요국 증시 중 최하위다. 개별 종목 성적표도 처참하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과 비교했을 때 주가가 하락한 코스닥 종목은 총 1230개였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우선주를 제외한 전체 1728개 종목 가운데 71.18%에 달하는 규모다. 코스닥 상장사 10곳 중 7곳이 주가가 빠진 것이다.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시장 규모도 제자리걸음이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지난해 6월 말 404조원 수준에서 올해 4월 말 662조원까지 확대됐고 지난달 초에는 670조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며 이달 1일 586조원에서 18일 562조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거래대금 40%↓···투자자도 떠났다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지니 투자자들도 코스닥을 떠나는 분위기다. 거래량 급감이 그 징후다.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코스닥 일평균 거래량은 6억6744만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억648만주) 대비 39.68% 감소했다. 물론 거래대금은 늘었다.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8월 5조원대에서 올해 5월 초 15조원대까지 증가했지만 이달 들어 거래량이 전월 대비 급감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그나마 코스닥에 들어오는 자금도 일부 대형 종목에만 쏠릴 뿐이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도 대형주 쏠림 현상이 극대화되는 추세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구조적 문제"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천스닥'을 못 벗어나는 근본 이유로 '악화(惡貨)'가 너무 많다는 걸 지적한다. 부실기업이 너무 많다 보니 '양화'라 할 수 있는 우량기업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얘기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사들의 부실 정도는 심각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실적(연결) 기준 코스닥 상장사 1203개 중 순이익 적자를 낸 곳은 511개에 달했다. 42.48%가 적자 기업이다. 시가총액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코스닥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 기업은 2024년 4분기 말 970곳(57.67%)에서 2025년 말 925곳(53.13%)으로 감소하는 듯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999곳(57.17%)으로 늘어났다. 2024년 말 이후 코스닥지수가 42.52% 상승했음에도 시장을 이끌 대형 기업층은 두꺼워지지 못한 것이다.
동전주 문제도 고질적인 병폐다.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정부의 상장폐지 기준 강화 방침에 따라 지난해 말 177개(10.17%)에서 현재 148개(8.47%)로 줄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코스닥 상장사 12곳 중 1곳에 달한다.
 
'메스' 들이대지만 벌써부터 잡음
금융당국은 이런 코스닥 회생을 위해 7월부터 동전주 퇴출요건 강화, 코스닥 승강제 도입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효과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기업은 주식병합 등 외형적으로 동전주 퇴출요건을 벗어나는 '꼼수'에 급급하다. 승강제 도입에 대한 업계 반발도 상당하다.

특히 벤처업계에서는 승강제 도입이 코스닥 내 서열화를 부추기고 낙인효과를 키울 것이라고 우려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전주 퇴출, 승강제 도입은 부실 상장기업들에는 사실상 퇴출을 의미한다"며 "업계 반발이 크지만 지금 수술하지 않으면 코스닥은 회생 불가능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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