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경보가 내려진 거친 동해 한가운데서 생명을 살리기 위한 긴박한 구조작전이 펼쳐졌다.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도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이 중증 화상을 입은 외국인 선원 2명을 무사히 구조해 육상 의료기관으로 긴급 이송하면서 해양경찰의 신속한 대응 능력과 국제적 인도주의 정신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22일, 전날인 21일 동해중부 전 해상에 풍랑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강원 고성군 거진항 북동방 약 346km 해상에서 발생한 중국인 화상 환자 2명을 해경 헬기를 이용해 안전하게 구조·이송했다고 밝혔다.
동해해경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6분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국으로 항해 중이던 화물선 A호(2만톤급·파나마 선적)의 선사 측으로부터 긴급 구조 요청이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선내에서 작업 중이던 중국인 선원 2명이 심각한 화상을 입어 신속한 의료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사고를 당한 선원들은 보일러 작업을 수행하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양팔과 양다리 등 신체 넓은 부위에 중증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적절한 응급처치와 전문 의료기관 이송이 지연될 경우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었다.
신고를 접수한 동해해경청은 즉시 응급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신속한 구조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특히 환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선박에 남쪽 해역으로 이동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구조헬기와 항공대,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체계를 가동하며 구조 태세를 갖췄다.
그러나 구조작전은 쉽지 않았다.
당시 동해중부 전 해상에는 풍랑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이어지면서 헬기 운항 여부조차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해상 기상 악화는 항공 구조활동에서 가장 위험한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동해해경청은 무리한 출동보다 구조대원과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기상 상황을 면밀히 분석했다. 이후 오후 6시 46분께 풍랑경보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지만 항공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기상 여건이 확보되자 즉시 양양항공대 소속 구조헬기를 출동시켰다.
구조헬기는 신속히 사고 선박이 있는 해역으로 이동했고, 오후 7시 16분께 속초 북동방 약 17km 해상에서 환자 2명을 안전하게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구조 과정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거친 바다와 강풍 속에서 진행된 호이스트 구조는 고도의 비행 기술과 구조대원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해경 항공구조팀은 정확한 위치 선정과 숙련된 구조기법을 통해 중증 화상 환자들을 안전하게 헬기에 탑승시켰다.
구조된 환자들은 헬기 내부에서 즉시 응급처치를 받았다. 구조대원들은 화상 부위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환자의 생체 징후를 관리했고, 육상 의료진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최적의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이후 헬기는 강원 양양지역으로 신속히 이동해 대기 중이던 119구급대에 환자들을 인계했다. 환자들은 곧바로 속초지역 병원으로 이송돼 전문 치료를 받게 됐다.
이번 구조작전은 해양경찰의 구조 역량뿐 아니라 국제적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한 사례로도 의미를 더하고 있다.
구조된 선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었지만, 동해해경청은 국적과 관계없이 인명 구조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대응에 나섰다. 이는 국제 해상에서 인명 구조가 갖는 보편적 가치와 인도주의 원칙을 충실히 실천한 사례로 평가된다.
김인창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국적을 떠나 바다 위 생명의 가치는 모두 소중하다”며 “풍랑경보가 발효된 야간 악천후 속에서도 해양경찰은 국민은 물론 외국인 선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동해해경청은 국제적인 인도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해상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해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구조작전은 해상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대한 신속한 판단과 관계기관 협력, 숙련된 항공구조 능력이 결합돼 이뤄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기상 악화라는 극한 조건 속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관리하며 골든타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해양경찰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한편,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여름철 해양활동 증가에 대비해 응급환자 이송과 해양사고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동해 전 해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해양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24시간 구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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