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는 분들 많으시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가를 앞두고 휴가지의 날씨는 어떨까 걱정하지만,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 가지 걱정이 더 생깁니다. 바로 휴가지에서 발생하는 치과 응급상황에 관한 것입니다. 응급실을 찾을 정도의 큰 사고는 아니더라도, 갑작스러운 치통이나 치아 손상은 여행의 즐거움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습니다. 더욱이 국내가 아닌 해외여행 중이라면 언어와 의료 시스템의 차이 때문에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휴가철에 가장 흔하게 접하는 문제는 갑작스러운 치통입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출발 전에는 괜찮았는데 여행지에서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은 이미 진행 중이던 충치나 치아 균열이 피로와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등으로 인해 증상이 표면화된 경우입니다. 특히 밤에 통증이 심해지거나 차가운 물에도 참기 어려운 통증이 발생한다면 치수염, 즉 치아 신경의 염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랑니 주위 염증’ 역시 휴가철에 자주 악화되는 질환입니다. 장거리 이동과 수면 부족, 누적된 피로는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고, 그 결과 평소 증상이 없던 사랑니 주변 잇몸이 갑자기 붓거나 통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입을 벌리기조차 어려워지고 얼굴이 붓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 개입이 필요합니다.
휴가 중 발생하는 또 다른 흔한 상황은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서 미끄러지거나, 서핑이나 래프팅 등과 같은 스포츠를 즐기는 도중 발생한 사고로 치아가 깨지거나 흔들리는 경우입니다. 특히 어린이들은 얼굴을 먼저 부딪히면서 앞니 손상이 발생하는 사례가 가장 많습니다. 만약 영구치가 완전히 빠졌다면, 치아의 뿌리 부분을 만지거나 비누나 수돗물로 세척하지 말고, 가능하다면 식염수나 우유에 보관해서 즉시 (되도록이면 30분이내에) 치과를 방문해야 합니다. 치아가 깨진 경우나 흔들리는 경우, 확인해본다고 더 흔드는 등의 충격을 가하지 않도록 하며, 해당 치아로는 음식을 씹거나 먹지 말고 치과에 빨리 내원해서 체크해보아야 합니다.
여름철 특유의 식습관도 영향을 미칩니다. 얼음이 든 음료를 마시는 도중 얼음을 깨물어 먹는 습관은 생각보다 치아에 큰 부담을 줍니다. 또한 월드컵 응원에 빼놓을 수 없는 맥주 안주인 마른 오징어, 견과류와 같은 딱딱한 음식도 해롭습니다. 치아 표면에 보이지 않는 미세 균열을 만들 수 있으며, 기존에 약해져 있던 치아에서는 파절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크라운이나 임플란트와 같은 보철물 파절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음료나 탄산음료도 치아를 부식시키고 약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휴가를 앞두고 장거리 운행 전에 자동차 점검을 받는 것처럼, 치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 습관입니다. 특히 최근 시린 증상이 있었거나, 사랑니가 반복적으로 붓는 경우, 오래된 보철물이 있는 경우에는 출발 전 검진을 권해드립니다. 작은 문제 하나가 여행지에서는 큰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여름 휴가가 예상치 못한 치과 응급상황으로 중단되지 않도록, 출발 전 한 번의 점검을 잊지 마세요. 올여름, 여러분의 여행 가방에는 선크림과 수영복뿐 아니라 건강한 치아도 함께 챙겨 가시기를 바랍니다.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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