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업무 스트레스가 심할 때마다 주머니 속 워리스톤을 꺼내 만진다. 취업준비생 B씨도 면접을 앞두고 손안의 작은 돌을 문지르며 긴장을 가라앉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생각이 많을 때 만지고 있으면 집중이 된다"는 후기들이 이어진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워리스톤(Worry Stone)이 주목받고 있다. 걱정(Worry)과 돌(Stone)의 합성어로, 가운데가 엄지손가락 모양으로 움푹 패인 작은 돌이다. 손가락으로 반복해 문지르며 심리적 안정을 얻는 방식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워리스톤은 새로운 물건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길을 걷거나 사색할 때 매끄러운 돌을 주머니에 넣고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던 풍습이 기록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도 행운의 펜, 면접 때 특정 시계, 염주처럼 심리적 안정을 위해 지니고 다니는 물건들이 존재했다.
다만 최근 워리스톤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청년 세대가 마주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처럼 정보가 부족해서 불안한 시대는 아니다. SNS에는 성공하는 법과 멘탈 관리법이 넘쳐나고 인공지능(AI) 상담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취업 전략부터 자기계발 방법, 심리 상담 콘텐츠까지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취업과 주거, 인간관계 문제는 정답을 안다고 해결되는 영역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오히려 불안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준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워리스톤을 많이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스트레스와 걱정을 많이 안고 살아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보다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SNS를 통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워리스톤처럼 감각 조절 도구를 통해 스트레스를 완화하려는 도구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불안을 무조건 없애야 할 감정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긴장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문제는 불안 자체보다 그 감정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다.
실제로 불안을 부정하거나 억누르려 할수록 스트레스가 더 커질 수 있다. '왜 나는 아직도 불안하지' 같은 생각이 또 다른 걱정을 낳고, 그 걱정이 다시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준희 교수는 "스트레스와 불안한 마음을 완전히 없애려 하기보다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안은 누구나 경험하는 정상적인 감정이지만 이를 과도하게 억누르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반복할수록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불안이 일상 기능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면 단순한 스트레스로만 볼 수는 없다.
대표적 불안장애인 범불안장애는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과도한 걱정과 긴장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환이다. 불면, 소화불량, 두통 등 신체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수면장애나 식욕 저하, 무기력감이 나타나거나 걱정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할 정도라면 전문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범불안장애는 30대 초중반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경향을 보이며 국내 평생 유병률은 약 1.9%로 알려져 있다. 발병 연령은 청소년기보다는 성인기에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실제 불안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도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불안장애 환자는 여성 53만3436명, 남성 33만1672명으로 집계됐다. 세부 상병별로는 '상세불명의 불안장애',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공황장애' 순으로 환자가 많았다.
이 교수는 "불안이 지속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주거나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신체 증상까지 동반된다면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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