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교육세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세제개편으로 교육세율이 오른 데 이어 국내 주식시장 활황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급성장으로 교육세 부담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설된 교육세 최고세율 규정과 현행법상 유가증권 손익통산 미인정 제도가 맞물리면서 증권사들이 실질 순이익을 웃도는 세무 부담을 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키움·NH·메리츠·신한) 4개사의 올해 1분기 교육세 납부액 추정치는 총 684억559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합산액인 196억6733만원과 비교해 3.48배 급증한 규모다. 특히 연간 누적 데이터가 확인된 이들 4개 증권사의 지난해 연간 총 납부액 합산치가 약 1038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단 3달(1분기) 만에 지난해 1년 치 세금 총액의 66%를 채워 넣은 셈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교육세 부담이 지난해 대비 대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선 올해 연간 교육세 총액이 전년 대비 몇 배 이상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교육세 부담이 폭증한 것은 올해부터 연간 수익금액이 1조원을 초과하는 대형 금융·보험사의 초과 수익분에 적용되는 교육세율이 기존 0.5%에서 1%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증시가 초호황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의 관련 과세표준이 크게 늘어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세와 변동성 확대로 주식시장 시장조성자(MM)와 ETF 유동성공급자(LP)의 거래 외형이 크게 확대됐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주식 및 집합투자증권 매매익은 2024년 7조2000억원에서 올해(연환산 기준) 49조5000억원으로 약 7배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매매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과거 평균 130% 수준에서 올해 364%로 상승했다.
문제는 현행 교육세법상 과세표준이 되는 매매익이 증권사가 실제로 거둔 순이익이 아니라는 점이다. 은행의 외환 및 파생상품 거래는 이익과 손실을 통산한 순이익을 기준으로 교육세를 부과하는 반면 증권사의 유가증권 거래는 개별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매매손)을 차감해주지 않고 이익(매매익)만 합산해 과세표준을 산정한다.
증권사가 시장조성 및 ETF 가격 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는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하고자 기초자산 주식을 매수·매도하는 헤지(위험회피) 거래를 필수적으로 수행한다. 연계 거래를 통해 최종적으로 얻은 실질 순손익이 미미하더라도 세무당국은 손실을 제외한 총 매매익 전체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이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실질 순손익과 교육세 과세표준 간의 괴리가 확대되는 구조다. 최종 순손실을 기록하더라도 매매익이 존재하면 교육세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정부는 올해 2월 교육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채에 한해서만 손익통산을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주식과 ETF 시장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주식형 ETF 순자산이 2024년 말 35조원에서 전날 기준 260조원으로 7.4배 급증하는 등 시장이 커진 상황에서 대형사 중심의 세부담만 가중된 셈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교육세는 월별·분기별로 안분해 추정치로 우선 계산하다가 연말에 과세표준이 최종 확정되면 확정 금액을 반영해 잡는 구조"라며 "통상 연말로 갈수록 과표가 확정되면서 세액이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경향이 강해, 하반기 누증 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최종 합산 세액은 상상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증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 인프라를 지탱하는 유동성 공급자들에게는 기형적인 과세로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세무 부담이 지속될 경우 증권사들이 시장조성 및 LP 계약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시장의 유동성 저하와 가격발견 기능 약화로 이어져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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