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이 경북 경주시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대한민국 최초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건설 최종 부지로 확정됐다.
18일 기장군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한수원 부지선정평가위원회 종합평가에서 기장군은 87.11점을 획득해 경주시(84.56점)를 2.55점 차이로 제치고 최종 낙점됐다. 승부처는 ‘주민 수용성’과 ‘압도적인 사업 여건’이었다.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공모에서 기장군이 내세운 가장 강력한 카드는 ‘조기 적기 건설’이 가능한 준비된 부지라는 점이었다.
기장군 원전 정책 담당자에 따르면, 최종 확정된 후보 부지는 고리원자력본부 내 신고리 1·2호기 바로 옆에 위치한 약 22만 $m^2$(구 6만 6천여 평) 규모의 한수원 소유 유휴부지다.
이 부지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이미 ‘전원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돼 부지 정지 작업이 모두 완료된 상태다.
특히 최근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와 이번에 들어설 i-SMR의 발전 용량이 비슷해, 기존의 송전선로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압도적인 메리트가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별도의 송전탑 건설 갈등이나 토지 수용 절차 없이 정부 계획대로 즉시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부지였던 셈이다.
지역 주민들의 높은 유치 열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기장군 191개 마을대표 이장들이 주축이 된 ‘자율유치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홍보 활동이 전개됐으며, 행정 부서 확인 결과 수개월간의 유치 과정에서 군청에 접수된 직접적인 민원이나 반대 전화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단체의 원론적인 원전 반대 목소리에 대해 군 측은 관련 법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소통하며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장군 원전 정책 담당자는 "오는 2028년 표준설계인가가 통과되면 관련 법에 따라 2029년쯤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 공고와 공식 공청회가 열리게 되어 있다"며 향후 절차를 설명했다.
최종 부지 선정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실질적인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SMR 지원 특별법’의 내용이 다소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지자체가 체감할 수 있는 재정적 혜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장군 담당자는 “현재 법안에는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 수준의 두루뭉술한 내용만 담겨 있어 과기부의 시행령 제정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기장군은 내년부터 즉시 기술용역에 착수해 i-SMR 실증·인허가·연구를 아우르는 ‘SMR 특화 지구’ 지정을 정부에 역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장군은 관내 13개 일반산업단지를 보유한 강점을 살려, 향후 에타(예비타당성조사) 과정에 있는 경쟁 지자체들과 달리 즉시 입주가 가능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SMR 국가산업단지’ 추가 지정까지 정조준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2030년 착공, 2035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행정의 연속성 확보도 중요 과제로 꼽힌다.
기장군은 이번 부지 선정을 계기로 조직 내 SMR 전담 부서의 정식 신설 및 확대를 검토 중이며, 차기 지방정부로 사업이 이어질 수 있도록 조례 제정 등 제도적 기틀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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