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극 중 오정세는 발라드 왕자 '최성곤'으로 분해 대표곡 '니가 좋아'를 부른다. 영화 안에서는 '트라이앵글'의 라이벌이지만, 현실에서는 가장 빠르게 관객의 반응을 끌어낸 캐릭터가 됐다.
반응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6월 2일 오후 6시 공개된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는 229만 조회수(6월 15일 오전 10시 기준)를 기록했다. '니가 좋아' 무대 클립은 160만 조회수, 1시간 반복재생 영상은 24만 조회수를 넘겼다. 단순한 OST 소비를 넘어 영화 속 캐릭터를 실제 가수처럼 즐기는 방식으로 반응이 확산된 셈이다.
SNS에서는 '니가 좋아'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배우 류승룡이 '최성군'으로 변신해 포문을 연 뒤 이성민, 김무열, 진기주, 피오, 류승수, 김선호 등 동료 배우들이 릴레이에 나섰다. 에스파 윈터, 몬스타엑스 기현, 보이넥스트도어 태산, 스테이씨 수민 등 K팝 아이돌은 물론 가수, 안무가, 방송인, 셰프, 야구선수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은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성곤'은 단순한 극 중 인물을 넘어 하나의 팬덤형 캐릭터로 소비되고 있다. 영화 속 팬덤명인 '곤듀'는 SNS에서 놀이처럼 확산됐고, 오정세 역시 '최성곤'의 얼굴로 직접 움직였다. '무물타임' 인터뷰에 나서는가 하면 리센느 제나와 함께 '붐팔라' 챌린지를 선보이며 캐릭터의 현실감을 키웠다. 배우 오정세가 아니라 발라드 가수 '최성곤'이 영화 밖 활동을 이어가는 듯한 구성이 관객의 과몰입을 부른 것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본지에 "'와일드 씽'은 영화 한 편을 보고 끝나는 콘텐츠가 아니라, 캐릭터와 세계관을 극장 밖에서도 지속적으로 즐기고 소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점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최성곤 오프라인 팬미팅에서도 관객들이 실제 아티스트를 만나는 것처럼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즐겨주셔서 감사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음원 차트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멜론 HOT100 차트(6월 9일 오후 2시 기준)에서 '최성곤'의 '니가 좋아'는 34위에 올랐다. 특히 영화 속에서 39주 연속 2위에 머물렀던 설정과 맞물려, 라이벌 '트라이앵글'의 'Love is'(62위)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는 점이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겼다. 극 중 '만년 2위'였던 최성곤이 현실 차트에서 라이벌을 앞지른 셈이다.
오프라인에서도 세계관 확장은 이어진다. 지난 13일 '최성곤'의 생일을 기념해 열린 '성곤탄신일' 특별상영회와 무대인사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오정세는 '최성곤'의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재현한 채 극장을 찾았고, '니가 좋아'를 부르며 등장해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핑크색 아이템을 착용한 관객들은 노래를 함께 부르고 응원 플래카드를 준비하는 등 실제 팬미팅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영화 속 캐릭터가 작품 밖에서 다시 소비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과거 영화 속 노래가 OST나 홍보 콘텐츠에 머물렀다면, '와일드 씽'은 캐릭터와 음악, 챌린지, 팬덤명을 함께 움직이며 관객이 세계관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관객은 '최성곤'을 영화 속 인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실제 활동하는 가수처럼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 음악 활동이 실제 권리 인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따르면 '와일드 씽' 주연 배우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 등은 최근 음실련 회원으로 가입했다. 배우의 노래와 퍼포먼스가 작품 속 연출 요소를 넘어 음원과 영상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음악 실연자로서의 권리 보호 필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결국 '최성곤' 신드롬은 영화 속 캐릭터가 작품 밖에서 어떻게 다시 소비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안의 설정은 음원과 챌린지를 거쳐 현실의 놀이가 됐고, 무대인사와 특별상영회는 관객의 과몰입을 오프라인으로 이어갔다. 스크린 안팎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가운데 영화의 소비 방식이 어디까지 확장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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