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새 원내대표로 3선의 정점식 의원을 선출했다. 지난해 총선 패배와 대선 패배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든 국민의힘으로서는 향후 당의 진로를 결정할 중요한 선택이었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특정 세력의 목소리에 결코 휘둘리지 않겠다"고 했고, '도로 친윤당' 우려에 대해서는 "뼈아프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적어도 현실 인식만큼은 틀리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의석수 부족이 아니다. 국민 신뢰의 부족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차례 혁신과 쇄신을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에게는 계파 갈등과 권력 다툼, 책임 회피의 모습이 더 강하게 각인됐다. 총선 패배 이후에도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인적 재편과 지도부 교체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 역시 그런 민심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권파로 분류되는 정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자 당 안팎에서는 또다시 친윤 체제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친윤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계파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운영 방식이다. 특정 인물이나 특정 세력의 의중이 당 운영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계속된다면 친윤이든 비윤이든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정 원내대표가 당선 소감에서 강조한 "의원총회의 집단지성"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당이 건강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토론되고 소수 의견도 존중받아야 한다. 당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당은 결국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없다. 원내대표의 역할은 의원들을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조율하고 통합하는 데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과거 여당 시절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조건적인 반대나 강경 투쟁에만 의존한다면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부 정책 가운데 잘한 것은 협력하고 잘못된 것은 냉정하게 비판하는 정책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생과 경제, 안보와 외교 등 국가적 과제 앞에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 원 구성 협상도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강경한 대여 투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극한 대립이 아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민생 입법은 멈춰 있고 경제는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정쟁보다 협치, 충돌보다 성과를 보여주는 국회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재건을 원한다면 이번 원내대표 선출을 단순한 인사 교체로 끝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이미 수많은 쇄신 선언과 혁신 약속을 들어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이다. 당 운영 방식이 달라지고 공천 문화가 달라지고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정점식 원내대표의 임기는 국민의힘이 변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약속도, "도로 친윤당 우려를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는 다짐도 결국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말로 하는 쇄신에 감동하지 않는다. 변화의 진정성은 회의장 안의 발언이 아니라 앞으로의 결정과 행동에서 확인될 것이다. 계파보다 민심, 충성보다 책임, 대립보다 통합이라는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국민의힘이 다시 국민 앞에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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