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정부가 잡아야 할 것은 강남 집값이 아니라 주거 불안이다

서울 강남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반포와 압구정, 대치동 등 이른바 핵심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단지는 불과 몇 달 사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 가격이 뛰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부동산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며 추가 대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강남 집값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기 시작하면 시장은 또다시 정치의 대상이 되고 만다. 정부가 진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강남 집값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주거 불안이다.

먼저 주거 불안의 실체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오늘날 국민이 느끼는 불안은 단순히 강남 아파트 가격이 비싸다는 데 있지 않다.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신혼부부는 전세와 월세 부담에 시달린다. 중산층은 자녀 교육과 주거 문제 사이에서 고민한다. 은퇴 세대는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을 걱정한다. 여기에 전세사기와 임대차 시장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주거 불안은 국민 삶의 가장 큰 부담 가운데 하나가 됐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사진연합뉴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사진=연합뉴스]

정책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물론 강남 집값을 무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강남 부동산은 여전히 서울 주택시장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한다. 강남 집값이 오르면 인근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되고, 이는 다시 수도권 전반의 전세와 매매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강남 집값과 주거 불안은 일정 부분 연결돼 있다.


하지만 강남 집값을 잡는 것 자체가 정책의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강남 집값은 단순한 주택 가격이 아니라 교육과 교통, 의료와 문화, 직주근접성과 사회적 선호가 수십 년간 축적된 결과물이다.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수요는 꾸준하다. 이런 시장을 세금이나 규제만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실제로 역대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강화, 양도세 중과, 대출 규제, 거래 규제 등 다양한 정책을 동원해 강남 집값을 억제하려 했다. 일부 시기에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모든 규제가 실패했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나 주거 취약계층 지원 정책은 일정한 성과를 냈다. 문제는 가격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 시장의 구조적 수요를 바꾸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는 안정적인 공급이다. 다만 공급 확대를 만능 해법처럼 여겨서도 안 된다.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 완화는 단기적으로 기대 심리를 자극해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 기존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공급 확대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실수요자를 위한 양질의 주택 공급,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확대, 장기 임대주택 확충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둘째는 주거 사다리의 복원이다.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년층과 중산층이 노력만으로는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정책은 단순한 가격 통제가 아니라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의 본질은 집이 아니라 사람의 이동이다. 좋은 일자리와 교육, 문화와 의료 인프라가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에 사람도 서울로 몰린다. 강남 집값 상승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와 미분양이 심각한데 서울은 공급 부족을 걱정한다. 한쪽에서는 집이 남아돌고 다른 한쪽에서는 집이 부족하다. 이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이기 전에 국가균형발전의 실패다.


결국 주택정책은 산업정책과 연결돼야 한다. AI와 반도체, 바이오와 미래 모빌리티 같은 첨단산업이 서울에만 집중되는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주택 수요 집중도 해결하기 어렵다. 대전과 광주, 대구와 부산, 울산과 전북 등 지역 거점도시가 양질의 일자리와 혁신 생태계를 갖춰야 사람도 기업도 분산될 수 있다.


강남을 이기는 길은 강남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강남만큼 살기 좋은 도시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면 강남 집값이라는 정치적 상징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특정 지역의 가격 하락이 아니라 안정된 삶이다.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갖고, 전월세 걱정 없이 생활하며, 지역에서도 좋은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주거 안정 사회다.


기본은 주거 안정이다. 원칙은 실수요자 보호다. 상식은 집값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불안을 줄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정부가 잡아야 할 것은 강남 집값이 아니다. 국민의 주거 불안이다. 그리고 그 해법은 규제와 세금만이 아니라 공급과 균형발전, 그리고 지역 성장 전략 속에서 찾아야 한다.

그것이 부동산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