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윤의 증시 라운지] '브로드컴 쇼크'를 바라보는 시각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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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이다. 무선통신용 칩 시장의 강자였던 이 회사는 2000년대 스마트폰 시대에는 '제왕' 퀄컴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AI 시대에 들어서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받았다. 엔비디아가 GPU라는 '두뇌'를 만든다면 브로드컴은 두뇌와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칩 등 '신경망'을 만든다. 그래서 브로드컴은 'AI 시대 숨은 인프라 왕'으로 불리며 엔비디아 못지않은 성세를 누리는 중이다.

주가도 훨훨 날았다. 2년전 119달러였던 브로드컴 주가는 올해 495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3일(미국 현지시간) 13%가량 급락했다. 실적이 안 좋은 것도 아니었다. 2분기 브로드컴은 221억9000만 달러의 매출, 2.44달러의 주당 순이익(EPS)을 올렸다. 각각 전년동기 대비 48%, 88% 증가했다. 기록적인 성장세다. 특히 AI 반도체 매출은 2분기 108억 달러(전년동기 대비 148% 증가), 3분기 예상치는 160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로 견고하기 그지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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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주가는 왜 빠졌을까. 이유는 '가이던스', 즉 향후 실적 전망치가 시장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은 3분기 AI칩 매출 전망을 160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이게 기대치인 172억 달러에 못미친다고 시장을 평가한 것이다. 브로드컴 쇼크에 한국 증시도 5일 장중 6% 넘게 급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도 컸다.
 
'브로드컴 쇼크'는 AI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얼마나 큰 지, 그리고 버블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내재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년 대비 2배 성장을 해도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라는 평가는 AI 랠리에 대한 눈높이가 얼마나 높은가를 말해준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지난 3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모든 위대한 기술 혁신은 버블을 만들어낸다”며 “아무도 정확히 맞출 수는 없다”고 했다. 과거 인터넷처럼 AI 혁신에도 버블이 끼어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버블은 사람들이 부를 돈으로 바꾸려는 순간 터진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AI혁신이 가져올 미래의 가능성에 돈을 투입하는 단계지만 언젠가는 투자자들이 실제 수익을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 요구를 충족 못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이탈(시장에서 도태)할 것이란 지적이다.

달리오의 주장은 지난해 이후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AI 버블'의 대표적 논거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런 얘기다. 

「지난 2~3년간 전세계적인 AI 투자 붐이 있었다. 주도세력은 미국의 빅테크다.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AI 시대 주도권을 쥐기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었다. 대표 주자들이 메타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구글) 등이다. 이들 4개사의 2025∼2030 회계연도 자본지출(CAPEX) 합산 전망치는 5조3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우리 돈으로 800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렇게 막대한 투자를 계속 유지하려면 AI 사업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일부는 대출로, 일부는 유상증자로 조달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이 발생해야 비용지출을 감내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AI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작다면? 계획했던 CAPEX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주식을 샀던 이들도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AI 버블에 대한 우려는 반도체로 이어진다. 메타, 아마존, MS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대규모 자본지출(CAPEX)은 결국 반도체 구입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GPU와 브로드컴의 네트워크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이러한 AI칩 제조에 필요한 HBM 등을 만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과 주가가 치솟는 건 이러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구매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속 가능하냐는 게 지금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이다. AI 버블론자들의 주장처럼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적자생존의 시기를 맞고, 그 시점에서 막대한 자본지출 계획이 뒤틀리고 반도체 구입 수요가 꺾일 수 있다. 수백조원의 반도체 구매수요가 줄어든다면 시장에 미칠 충격파는 상당할 것이다. AI 버블 우려가 나올 때마다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럼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AI 버블이 터지는 순간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내리막을 타는 걸까.

여기에 대해선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그 시각을 지탱하는 논리도 매우 견고하다. AI 버블은 AI가 이룰 수 있는 혁신의 한계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며, AI발 반도체 수요는 엄청난 속도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TSMC 웨이저자 회장도 이렇게 주장했다. "(AI 칩 관련) 고객 수요를 맞출 수 있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향후 수년간 AI 수요 대비 반도체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 사이클이 과거와 다르다는 분석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과거 PC 시대 반도체 사이클의 주기는 4~5년 정도였다. D램 등 반도체 주 수요처가 PC였기에 이 때의 업황은 PC 교체주기에 좌우됐다. 즉, 기업 IT 투자→ 메모리 가격 상승→ 공급 증가→수요 감소→공급 과잉→ 침체의 흐름을 탔다. 침체 시기, 반도체 기업의 이익은 줄었고 투자는 위축됐다. 삼성이 D램 강자로 올라선 비결은 침체기에 더 공격적인 투자로 호황기를 미리 대비한 전략을 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의 사이클은 PC 시대보다는 단축됐지만, 그래도 3년가량의 주기적 흐름을 탔다. 스마트폰 보급량 확대와 새로운 폼팩터 출시에 맞춰 반도체(메모리) 수요가 늘었다가 줄어드는 패턴이 일정했다. 
 
미래에셋증권 반도체 사이클 분석 인용
[출처 : 미래에셋증권]

그러나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반도체 사이클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진폭은 점점 더 낮아지고, 파동은 좁혀지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이 분석한 D램 가격 변동률을 보면 2010년께 27개월이던 반도체 사이클은 최근엔 12개월로 줄었다. 이런 변화를 추동한 게 AI발 반도체 수요 폭증이다. PC와 스마트폰 등 일반 소비자 수요가 견인하던 사이클에 더해 하이퍼스케일러라는 새로운 영역의 수요가 더해지면서 사이클 자체가 변화했다.

더군다나 AI는 진화 중이다. LLM 등 웹페이지 중심이던 AI의 영역은 이제 물리의 영역(피지컬AI)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김진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로봇의 시대가 열릴 경우 반도체 수요는 더 폭발적일 수 있다"고 했다. 로봇 한 대당 GPU, CPU, 통신용 칩이 몇개나 쓰이고, 그런 로봇이 몇 대나 만들어질 지 가늠할 수 없을 상황이 곧 도래할 것이란 의미에서다.

AI 버블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것이다. 브로드컴 쇼크처럼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전망이 나올 때마다 반도체 주가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일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은 도태되고, 일부 투자 계획은 수정될 수도 있다. 그때마다 시장은 요동칠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위대한 기술 혁신은 언제나 버블과 함께 성장해왔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철도도 그랬고, 인터넷도 그랬다. 버블은 꺼졌지만 혁신은 남았다. AI의 시대도 마찬가지다. 버블의 존재는 경계해야겠으나, 그 혁신의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갈 지를 유심히 살펴보는 게 우선이다. 그게 AI 혁명과 혁신의 시대 '성투의 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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