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우크라·이란이 보여준 '다윗' 한국의 생존법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국제정치의 역사는 오랫동안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여 왔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압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질서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이러한 통념에 균열을 내고 있다. 압도적인 체급을 자랑하는 강대국들 앞에서 예상 외의 저항을 이어가며 판세를 흔드는 '다윗'들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크라이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밝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조기 종전 압박이 이어졌고, 러시아는 점령지 영토 할양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를 몰아붙였다. 러시아의 인구와 자원, 군사력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가 결국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예상과 다른 길을 걸었다. 전쟁 과정에서 축적한 드론 전력을 '독침'과 같이 적극 활용하며 러시아의 군사시설과 후방 거점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억 달러짜리 첨단 무기 체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 공격에 위협받는 장면은 현대전의 새로운 현실을 보여줬다. 결국 러시아 역시 전쟁 장기화의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평화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동의 이란도 비슷하다.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 속에서도 이란은 쉽게 굴복하지 않고 있다. 물론 미국과 이란의 국력 차이는 비교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이란은 지정학적 위치와 역내 영향력, 각종 비대칭 전력을 활용하며 강대국의 압박에 맞서고 있다. 강자가 원하는 결과를 쉽게 얻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전략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의 사례는 한 가지 공통된 교훈을 던진다. 현대 국제정치에서 체급의 우위가 반드시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약소국이라 하더라도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비대칭 전력과 강한 회복탄력성을 갖추고 있다면 강대국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냉정하게 말해 한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한 나라다. 경제 규모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지정학적 환경만 놓고 보면 여전히 다윗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의 생존 전략 역시 단순히 체급 경쟁에 매달리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이미 안보 측면에서는 유사시 강대국을 향해서라도 치명타를 날린다는 '독침'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적 우위가 절실하다.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꿨듯이 한국 역시 AI 기반 무인체계, 첨단 미사일 전력, 사이버 안보 역량 및 핵추진 잠수함 등 미래형 비대칭 전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군사력뿐 아니라 반도체와 인공지능, 배터리와 방산 등 핵심 산업 경쟁력 역시 국가 차원의 '독침'이 될 수 있다. 한국을 흔드는 순간 세계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또한 강력한 억제력이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다윗이 골리앗보다 강해서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닦았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흥망은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날카로운 '독침'을 갖출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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