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선거가 남긴 경제의 숙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당선인이 4일 서울시청에서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60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당선인이 4일 서울시청에서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6.0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선거는 끝났지만 민심은 여전히 말을 하고 있다. 승패를 떠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집권세력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국정 운영에 대한 전면적 거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낸 것도 아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나타난 견제 심리는 경제정책을 바라보는 국민의 기대와 불만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 경제는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도 회복세를 보였다. 기업 실적도 개선됐다. 국제사회 역시 한국 경제의 회복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적어도 거시지표만 놓고 본다면 정부가 주장하는 성과에 일정 부분 수긍할 만한 근거가 있다.

하지만 선거는 경제지표가 아니라 체감경기를 평가한다. 주가가 오르는 것과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많은 국민은 여전히 높은 집값과 전월세 부담,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교육비와 생활비 속에서 살아간다. 자산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통계가 개선돼도 삶이 나아졌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청년층의 변화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2030 세대의 정치적 선택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이념 변화라기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의 표현에 가깝다.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졌다.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 아닌 부담이 됐다. 청년들은 성장의 약속보다 자신의 삶을 개선할 구체적인 대안을 원하고 있다.


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은 숫자에 대한 과신이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지표가 곧 국민의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과거 어느 정부든 경제성장률과 주가 상승만으로 민심을 얻지는 못했다. 성장의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그 혜택이 얼마나 넓게 확산되는지가 더 중요했다.

최근 한국 사회를 둘러싼 가장 큰 문제 역시 양극화다. 수도권과 지방,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산 보유자와 무주택자, 대기업과 자영업자 사이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성장의 성과가 특정 계층에 집중된다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사회적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의 목표가 단순한 성장률 제고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번 선거 결과를 정치적 유불리의 관점에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은 정부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장뿐 아니라 분배를, 주가뿐 아니라 민생을, 숫자뿐 아니라 체감을 챙기라는 주문이다. 그것이 이번 선거가 남긴 진짜 메시지다.

정부는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기업 투자와 수출 확대를 지원하는 정책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청년과 중산층,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주거 불안과 교육비 부담, 지역 격차와 노후 불안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떤 경제 성과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선거는 끝났지만 민심의 평가는 계속된다. 이번 선거가 남긴 경제의 숙제는 분명하다. 성장의 속도를 높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성장의 온기를 넓게 전달하는 일이다.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성장은 결국 정치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 정부가 이번 선거에서 읽어야 할 것은 승패가 아니라 민심이 던진 경고와 기대다. 그것이 앞으로의 경제정책이 향해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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