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메모리 기업 키옥시아홀딩스가 인공지능(AI) 서버용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비해 메모리셀 적층 수에서는 뒤처졌지만, 메모리셀과 제어회로를 따로 만든 뒤 붙이는 독자 기술을 앞세워 읽기·쓰기 속도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일 키옥시아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쟁사보다 먼저 실용화한 기판 접합 기술이 수주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옥시아는 이날 투자자 설명회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낸드플래시 '10세대' 제품을 올여름부터 샘플 출하하고, 데이터센터 등 기업용 매출 비중을 전체의 6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노우에 아쓰시 키옥시아 집행임원은 설명회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실현하고 있으며, 많은 고객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장기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그동안 저장소자인 메모리셀을 얼마나 많이 쌓아 올리느냐가 기술 경쟁의 핵심이었다. 키옥시아의 전신인 도시바는 2007년 메모리셀을 수직으로 쌓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적층 기술을 선도했지만, 최근에는 적층 수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키옥시아는 2023년 218단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같은 해 SK하이닉스가 300단을 넘는 제품 개발을 공개하면서 격차가 부각됐다. 키옥시아의 주력 제품은 현재도 218단에 머물러 있다.
다만 공정 난이도는 높다. 두 장의 웨이퍼를 거의 오차 없이 맞붙인 뒤, 위아래 층의 회로를 정확히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키옥시아는 이 기술을 경쟁사보다 먼저 실용화했다. 이와이코스모증권의 사이토 가즈요시 선임 애널리스트는 키옥시아의 낸드가 읽기·쓰기 속도에서 경쟁사보다 20~30% 빠르다고 평가했다.
처음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키옥시아가 2023년 말 CBA를 발표했을 당시 업계에서는 적층 수를 높이는 것이 정공법이고, CBA는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방식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AI 서버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낸드 수요가 커지면서, 속도 향상에 강점이 있는 CBA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이 AI 붐 초기 수요가 급증한 D램에 투자를 집중한 점도 키옥시아에는 기회가 됐다. 낸드 연구개발에 주력해온 키옥시아로서는 AI 서버용 저장장치 시장에서 기술 차별화를 내세울 여지가 커졌다.
다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대만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3월 낸드 판매 점유율에서 키옥시아는 금액 기준 13.9%로 3위에 그쳤다. 1위 삼성전자는 31.6%로 격차가 크고, 마이크론과 샌디스크도 각각 13.9%로 키옥시아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키옥시아는 데이터센터 고객 기반이 약한 데다 낸드 가격 인상 효과도 경쟁사보다 늦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대형 고객과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키옥시아가 단기간에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닛케이는 AI 서버 확산으로 낸드 경쟁의 초점이 적층 수에서 처리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기회 요인으로 봤다. 키옥시아가 CBA 기술을 앞세워 데이터센터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점유율 확대의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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