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로보틱스 산업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AI 미래가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평소 그의 지론과도 맞닿아 있다. AI가 공장과 물류창고, 병원, 건설 현장, 가정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피지컬 AI' 시대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비즈니스 영토를 확대해야 한다. 피지컬 AI에는 센서와 모터, 배터리, 산업용 장비, 로봇 플랫폼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 제조 역량을 갖춘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로 떠오르는 이유다.
대만을 찍고 이번 주 방한할 예정인 젠슨 황은 국내에서 주요 기업 총수들과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자동차, 배터리, 산업 자동화 등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공급망을 넘어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으로 파트너십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국 산업에도 중요한 분수령이다. 메모리 반도체에 국가 경제의 미래를 오롯이 걸 수는 없다. 반도체와 더불어 피지컬 AI를 양대 축으로 육성해야 한다.
한국도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를 위시로 삼성전자, LG전자, 두산로보틱스 등이 잠재력을 뽐내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전략은 부족하다. 개별 기업 역량은 뛰어나지만 산업 생태계가 분산돼 있다. 메모리 반도체처럼 범국가적 자원을 결집할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피지컬 AI를 제2의 메모리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필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하고 규제 혁신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AI 소프트웨어와 기계공학, 제어공학을 융합한 인재 양성 체계 구축 역시 시급하다.
제조 강국 강점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자동차와 조선, 배터리, 반도체,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적용될 산업들이다. 제조 현장을 AI와 로봇의 실증 무대로 활용한다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 확대는 필연적이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지금이 기회다. 메모리 산업이 글로벌 IT 생태계와 함께 성장했듯이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빅테크와 공동 개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1980년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며 세계 최강국으로 성장했다. 당시 일본과 미국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피지컬 AI도 비슷한 변곡점에 서 있다. 젠슨 황이 한국에서 본 것은 로봇 기업 몇 곳이 아니다. AI와 제조업을 결합할 수 있는 산업 기반에 주목한다. 그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AI 시대 주도권은 더 이상 데이터센터 안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피지컬 AI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HBM 신화를 피지컬 AI에서 재연할 수 있을지 선택의 시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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