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종에 소송·비방전만 남은 서울교육감 선거…교육 행정 불확실성 커져

  • 8자 다자구도 속 진영 내 고발 격화…윤호상-조전혁, 정근식-한만중 공방전 치열

  • 학령인구 감소 속 유권자 무관심 심화…서울시교육청 한 해 예산 11조 행정 연속성 단절 우려

왼쪽부터 이학인 정근식 한만중 홍제남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이학인, 정근식, 한만중, 홍제남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김영배 류수노 윤호상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5월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김영배, 류수노, 윤호상,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루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정책 검증 대신 진영 내 법적 소송과 상호 비방전으로 점철되며 혼란을 빚고 있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모두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총 8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서울교육을 책임질 적임자를 가리는 선거판이 이념 선명성 경쟁과 네거티브 국면으로 치닫자 교육 행정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선거전 막판 보수 진영에서는 조전혁 후보와 윤호상 후보 간의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윤 후보는 조 후보의 과거 학교폭력 전력 등을 문제 삼으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고, 조 후보 측은 이를 경선 불복으로 규정하며 맞받았다. 진보 진영 역시 정근식 후보와 한만중 후보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로를 고발하는 등 경선 정통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으로 치달으면서 후보 간 정책 비교 기회는 무색해졌다.
 
현재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후보들의 이념적 편향성과 자극적인 이슈 파이팅으로 인해 교육 본연의 비전이 실종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자구도 속에서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일부 후보들은 ‘동성애 반대’ 등 교육 행정의 본질과 거리가 먼 자극적인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표 결집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래 신산업 대응을 위한 공교육 인프라 고도화나 교육 격차 해소 등 정작 다뤄져야 할 서울 교육의 거시적 과제들은 선거판의 소음 탓에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린 유권자 및 언론의 깊은 무관심도 선거판의 혼탁함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결혼 후 자녀가 없거나 이미 자녀를 다 키운 가구가 늘어나면서 교육 현안에 직접적인 관심을 두는 유권자의 비율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주요 언론 역시 서울시장 선거에 비해 교육감 선거 관련 토론회나 공약 검증 비중을 낮게 다루면서,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면면과 공약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깜깜이 선거’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실종 사태는 연간 11조 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서울 교육 행정의 연속성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파장이 적지 않다. 선거 결과에 따라 주요 교육 기조가 급변할 경우 일선 학교 현장의 행정 혼란은 물론 공교육 체계 전반의 신뢰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공교육의 일관성이 흔들릴 경우 수요자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가계 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교육감 선거가 매번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시스템 에러’를 지목한다. 정당 정치를 전제로 고안된 기존 공직선거법을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발생한 구조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러닝메이트제 역시 정당의 영향력이 교육에 직접 미치게 돼 후보들이 공천을 의식해 더욱 극단적인 이념 공약을 내걸거나 편향된 정책을 집행할 우려가 있어 대한민국 교육 미래에 부정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결국 선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책임 있는 시민성이 요구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선거가 깜깜이로 흐르는 것은 후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보물조차 확인하지 않는 유권자와 언론의 책임도 크다”며 “투표 전 각 가정에 배달된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읽고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검증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바꾸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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