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 GS그룹 회장이 DAX(디지털·AI 전환)를 미래 돌파구로 내세우며 GS그룹 차원에서 피지컬 AI·로봇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유·발전·건설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되는 가운데, 차세대 AI·로봇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선점하는 동시에 투자 수익까지 노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GS그룹 내 벤처투자 조직인 GS퓨처스는 자체 운용 중인 목적형 특화 펀드를 통해 글로벌 로보틱스·AI 기업들을 잇달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GS의 로봇 투자는 허 회장이 내세운 피지컬 AI 전략과 맞닿아 있다. 또한 SK텔레콤이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에 투자하고, SK하이닉스가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 지분 투자로 평가이익을 키운 것처럼 GS 역시 유망 스타트업 투자로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하는 모습이라는 평가다.
GS그룹은 정유·발전·건설·유통 등 현장 기반 사업 비중이 큰 만큼 경기 변동과 원가 부담, 안전 관리 비용에 취약하다. 특히 에너지 사업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전력 수요 등 외부 변수에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중장기 성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AI·로봇 등 신기술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GS퓨처스가 최근 투자자로 참여한 '어거스트 로보틱스'는 건설 현장 자율주행 로봇 기업으로 건설 현장의 인력난이나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로봇·AI 에이전트를 안전하게 원격으로 제어하고 운영하기 위해 머신 티칭 기반 산업 AI 플랫폼인 '아메사'에도 투자했다. 이 외에도 물류 로봇 시뮬레이션을 목적으로 한 '패럴랙스 월즈', 정유·화학 촉매 등 소재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큐노바'를 포함한 총 71개 회사에 GS퓨처스가 투자 중이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GS의 행보가 SK그룹의 투자 방식과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텔레콤은 미국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에 투자했고 SK하이닉스는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에 투자했다. 대기업이 유망 기술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뒤 사업 협력과 지분가치 상승을 동시에 노리는 방식이다. GS퓨처스의 로봇·AI 투자 역시 당장 매출을 내기보다 미래 유망 기업을 먼저 선점해 '제2의 앤트로픽'이나 '제2의 키옥시아'를 찾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투자가 아직 GS그룹의 실적 반등을 이끌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한다. 로봇·AI 분야 투자가 아직 수익으로 회수되지 않은 데다, ㈜GS의 영업이익은 2022년 5조120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2조9271억원까지 줄었다. 허태수 회장이 내세우는 DAX는 기존 사업의 한계를 기술로 줄이겠다는 시도로 읽히지만, 아직까지는 비용 절감이나 신규 매출로 연결된 사례가 눈에 띄는 상황은 아니다.
허 회장이 강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GS가 내부에서 모든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외부 스타트업의 기술을 먼저 확보하고 그룹 사업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GS퓨처스가 피지컬 AI·로봇뿐 아니라 에너지 전환, 건설·인프라, 디지털 플랫폼, 바이오 등 다양한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GS의 신사업 탐색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AI와 로봇은 아직 초기 시장 성격이 강한 만큼 성과가 숫자로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GS가 AX를 새 돌파구로 삼고 있지만, 투자 이익이나 신규 포트폴리오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의 유망성과 사업성을 보고 투자를 시작한 단계라 아직 매출로 연결된 사례는 제한적"이라며 "다만 AI·로보틱스 분야 스타트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들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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