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주인공 기태(이제훈)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무심했던 아버지(조성하)는 세상을 떠난 아들의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아들의 주변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기태의 책상 속에서 기태와 동윤(서준영), 희준(박정민)이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의아한 점은 이토록 친해 보이는 기태의 친구들이 장례식장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태의 아버지는 직감한다. 세 사람 사이에 무언가 큰일이 있었던 것임을.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세 친구 사이가 어떻게 파국으로 치달았는지 보여준다.
세 사람의 균열은 기태와 희준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시작되는데, 이 또한 부모님의 이야기로 비롯된다. 쉬는 시간, 친구들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기태는 희준과 또 다른 친구가 주고 받는 눈짓을 보게 되고 묘한 기시감을 느껴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묻는다. 결국 “너가 부모님 이야기할 때 아무 말도 안 한다고”라는 친구의 말에 그들이 나눈 눈짓의 의미를 알게 된다. 기태는 자신이 숨겨 왔던 이야기를 들킨 듯한 수치심과 친구라고 생각한 희준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뒤죽박죽이 된 표정을 짓고 이내 희준을 향해 꾹꾹 참아왔던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는다.
희준은 기태와는 짐짓 다른 모습이다. 갈등을 피하려는 성향으로, 기태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적극적으로 맞서지 못한다. 그의 마음속엔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기태를 향한 두려움도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장난이라는 이름 아래 강압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가 희준에겐 멀어질 수도, 그렇다고 가까워질 수도 없는 존재다.
서로 가까웠던 세 사람은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지 못하고 오해는 쌓인다. 서로의 자존심만 커지는 상황에 결국 누구도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한 채 관계는 완전히 부서진다.
2011년에 개봉된 ‘파수꾼’은 배우 이제훈과 박정민의 데뷔 초 풋풋한 모습과 함께 날것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장편 데뷔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태 역할의 이제훈은 그해 열린 제32회 청룔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을, 메가폰을 잡은 윤성현 감독은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를 더욱 주목하게 한 것은 비단 학교 폭력을 다룬 이야기여서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축소판과 같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와 관계 맺기의 방식을 압축해놓은 공간으로 여겨져서다.
특히 이 영화의 중심 이야기는 폭력 그 자체라기보단 ‘아무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음’에서 비롯된 비극에 가깝다.
사실 기태는 혼자 남겨지는 걸 견디지 못한다. 친구들이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하고, 그 마음을 내보이는 방식조차 서툴다. 그의 폭력은 자신의 불안에서 비롯된 자기방어에 가까워 보인다. 기태의 모습은 사회 안 권력 관계와 닮아있다. 회사, 조직, 인간관계 등에서 종종 사람들은 불안할수록 타인을 통제한다. 특히 약하다고 생각하는 위치의 사람에게 권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경우다.
기태의 강압적인 행동에 희준은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침묵하고 갈등을 피하려 한다. 현실에도 희준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조직 안 문제를 봐도 쉽게 개입하지 못하고 자신이 입을 피해를 걱정하는 방관자적 생존 전략을 보이는 인물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어느덧 영화가 개봉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엔 기태와 희준이 있다.
영화 속에서 소통하지 않고 만들어진 오해는 더이상 서롤 이해할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고 결국 증오로 치닫는다. 특히 가까웠던 사이에서 비롯된 상처로 비뚤어진 마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증오로 바뀌기도 한다.
“떠나지 말아 달라”는 감정을 숨기고 자기의 방식대로 관계를 지키고 싶었던 기태, 상황을 방관한 친구들과 어른들. 결국 ‘파수꾼’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으로 지키지 못한 사람들을 말한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 모두 그 관계를 지키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사람들이다.
작금의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와 다양함을 누리고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외로움이 우리 사이를 떠돈다. 그 이유는 정작 서로 바라봐야 할 내밀한 모습을 외면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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