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담] '공정 숙박'에 K관광 명운 달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달 방탄소년단BTS의 부산 공연을 앞두고 불거진 숙박 바가지요금 논란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내달 방탄소년단(BTS)의 부산 공연을 앞두고 불거진 숙박 '바가지요금' 논란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6월 부산 대형 K팝 공연을 앞두고 어김없이 숙박 '바가지' 촌극이 벌어졌다. 확정된 예약을 일방적으로 깨고 웃돈을 요구하는 행태는 단순한 가격 논란을 넘어 거래 질서 자체를 파괴하는 횡포다. 애써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에게 최악의 인상을 남겨 K관광의 밑천인 '신뢰'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오죽하면 부산시와 지역 사회가 나섰을까. 대학 기숙사와 종교시설 등을 털어 1300여개의 대체 숙소를 긴급 수혈했다.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건 지자체가 일부 업소의 얄팍한 '한철 장사' 폭리를 막기 위해 애먼 소방수를 자처한 씁쓸한 풍경이다.

그런 점에서 28일 정부가 출범시킨 ‘지역 바가지요금 근절 TF’는 큰 의미를 갖는다.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부산시까지 총출동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응은 예전처럼 “자제해달라”는 권고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숙박업소 간 가격 담합과 불공정행위 신고포상금 한도를 없애고, 과징금의 최대 1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국세청과 공정위가 합동 현장점검에 참여해 위법행위 적발 시 시정명령과 영업정지에 착수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바가지요금으로 소비자 피해가 인정된 업체에는 호텔 등급 평가 감점을 기존보다 3배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번 TF의 진짜 의미는 정부가 처음으로 숙박요금과 예약 질서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것에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바가지요금 근절대책’을 통해 숙박업소가 시기별 요금을 사전에 신고·공개하도록 하는 ‘안심가격제’를 발표한 바 있다. 신고한 금액보다 비싸게 받거나 가격을 표시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처분까지 가능하도록 「관광진흥법」 등 관련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일방적인 예약 취소 역시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숙박시장은 공연이나 축제, 연휴 같은 특정 시기마다 '시장가격'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방치돼 왔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내놓은 방향은 다르다. 가격을 올릴 수 없게 막겠다는 접근이 아니라,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과 거래 질서를 만들겠다는 쪽에 가깝다. 관광객이 예약한 방에 정상적으로 들어가고, 표시된 가격대로 숙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질서를 제도로 지키겠다는 의미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K팝 공연과 국제행사 수요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숙박 공급과 관리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특정 지역에 수요가 몰릴 때마다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예약 취소와 바가지요금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공급 부족은 정책으로 풀 문제이고, 거래 질서를 무너뜨리는 건 별개의 문제다.

외래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말하는 지금, 관광 경쟁력은 화려한 콘텐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세계적인 공연장 밖에서 관광객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예약한 방에 제대로 들어갈 수 있는지, 표시된 가격이 끝까지 지켜지는지가 결국 한국 관광의 수준을 결정한다.

K팝은 이미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이제 남은 건 그 팬들을 맞이하는 한국 관광의 기본 체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공연 하나 열릴 때마다 지역 사회가 대체 숙소를 찾아 뛰어다녀야 하는 현실이 반복된다면, K관광의 성장도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건 또 한 번의 캠페인이 아니라, 누구나 예측 가능한 숙박 질서다. 이번 TF가 일회성 단속을 넘어 숙박시장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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