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인공지능(AI)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관련 전략의 핵심인 '카카오톡'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때마다 발생하는 기존 사용자들의 반발을 넘어야 하는 데다, 카카오톡에만 치우친 사업 구조가 오히려 AI 신사업의 독자적인 확장성을 제한해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 및 자체 AI 기술을 기반으로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카카오톡 중심의 AI 에이전트 서비스 상용화와 수익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두나무 지분을 정리해 확보한 자금 1조6000억원도 자사 AI 생태계 확장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이처럼 카카오톡에 사활을 거는 배경은 명확하다. 카카오톡이 5000만 명 규모의 국민적 이용자 기반을 보유한 독보적인 플랫폼인 동시에, 광고와 커머스 등 핵심 수익을 짜내는 캐시카우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카카오의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조1827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카카오톡 기반 사업인 톡비즈 매출은 6086억원으로 9% 늘었으며, 톡비즈 광고 매출 역시 3384억원으로 16% 증가했다. AI 신사업 역시 철저히 이 실적 기반 위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챗GPT 포 카카오'는 대화창 안에서 외부 서비스 이용과 선물하기·결제·송금 등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대화 맥락을 파악해 정보 제공부터 예약·결제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서비스이며, '카나나 서치'는 채팅방 내에서 장소·상품 검색 및 트렌드 탐색을 지원한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검색에서 커머스까지 이어지는 강력한 락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초기 지표는 긍정적이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 결과 이용자 잔존율은 70%에 달했으며, 챗GPT 포 카카오는 누적 가입자 1100만 명을 돌파했다. 전분기 대비 월간활성이용자수(MAU)와 1인당 월간 발신 메시지 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대화 맥락 기반의 상품 예약·결제를 본격화하는 '에이전트 커머스'를 선보이고, 중장기적으로는 5000만 이용자 모두에게 유료화가 가능한 개인화 에이전트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이러한 '카카오톡 올인'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카카오톡은 개인 간 사적 대화와 관계망이 중심인 공간이다. 때문에 검색·커머스·결제 중심의 AI 기능이 편의성보다 플랫폼의 무리한 상업적 확장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기술 기업으로서의 확장성 한계도 있다. 카카오는 커머스, 모빌리티, 페이,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인 AI를 기존 메신저에 단순히 덧붙이는 방식에 그친다면 시장에서 독립된 고부가가치 기술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AI 에이전트는 대화를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향인데, 수익을 내기 어렵다 보니 커머스와의 연계를 계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국민이 쓰는 메신저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지만 정작 AI 시대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카카오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카카오 AI 전략의 차별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카나나 등 자체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오픈AI 등 글로벌 핀테크의 AI 기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자체 원천 AI 개발 및 기술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외부 기술 사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에 따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시키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카카오톡 기반 AI 전략에 대해 "카카오의 AI 모델이 글로벌 생성형 AI 기술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제, 추천, 검색 등 기존 카카오톡 서비스에 AI를 단순 접목하는 것만으로는 이용자 유입이나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가 AI를 통해 이용자에게 어떤 차별화된 도움이나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며 "카카오만의 AI 비즈니스 모델과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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