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아시아의 영성(Spiritual Asia) ④] 베다와 우파니샤드, 그리고 천부경...AI 시대 인류가 다시 읽어야 할 우주의 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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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인류는 거대한 문명 전환의 문 앞에 서 있다.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고 있으며, 알고리즘은 인간의 판단 영역까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세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차원의 문명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류는 다시 가장 오래된 질문 앞에 서고 있다.
 
인간은 무엇인가.
우주는 어디에서 왔는가.
의식은 무엇이며, 인간의 영혼은 존재하는가.
그리고 인간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바로 이 질문 앞에서 인류는 다시 고대의 영성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힌두교의 경전인 베다(Veda), 리그베다(Rigveda), 우파니샤드(Upanishads)는 단순한 종교 문헌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와 인간, 존재와 의식, 생명과 진리에 대해 수천 년 동안 탐구해 온 거대한 문명적 사유의 기록이다. 특히 힌두교 경전 속의 우주관은 한국의 천부경이 보여주는 천(天)·지(地)·인(人)의 철학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인간을 우주와 분리하지 않고, 인간을 거대한 우주의 일부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늘날 AI 시대에도 인도 출신 젊은이들이 세계 IT 산업과 AI 분야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경에는, 어쩌면 이러한 깊은 철학적 전통과 추상적 사고의 문화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베다와 우파니샤드는 단순한 고대 경전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 문명을 향해 던지는 오래된 질문이다.
 
베다, 우주의 숨결을 기록한 인류 최초의 질문
베다(Veda)는 산스크리트어로 “지식” 혹은 “깨달음”을 뜻한다.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경전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베다는 크게 리그베다, 사마베다, 야주르베다, 아타르바베다의 네 체계로 구성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핵심적인 경전이 바로 리그베다다. 리그베다는 단순한 신화집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에 대한 철학적 탐구이며 존재의 근원을 향한 시적 질문이다. 리그베다의 유명한 찬가인 ‘나사디야 수크타(Nasadiya Sukta)’는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심오한 우주 질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때에는 존재도 없었고 비존재도 없었다.” -리그베다
 
이 문장은 놀랍게도 현대 우주론과도 연결된다.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가라는 오늘날 물리학의 질문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고대 인도인들은 우주를 단순한 물질 세계로 보지 않았다. 우주에는 인간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질서와 신비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리그베다는 이를 ‘리타(Rta)’라고 설명한다. 우주를 움직이는 근원적 질서다. 태양의 움직임, 계절의 변화, 인간의 생과 사까지 모두 하나의 질서 안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상은 한국 천부경의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과도 묘하게 닮아 있다. 모든 존재는 하나에서 시작됐으며, 그 하나는 시간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상이다.동양의 오래된 영성은 모두 우주의 근원적 통일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셈이다.
 
“진리는 하나이나 이름은 여러 가지다”리그베다에는 오늘날 인류 문명에도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이 있다.“진리는 하나다. 현자들은 그것을 여러 이름으로 부른다.” -리그베다 1:164:46
 
이 짧은 문장 안에는 인류 문명의 관용성과 포용성이 담겨 있다. 세계에는 수많은 종교와 문명이 존재한다. 서로 다른 신을 이야기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리를 설명한다. 그러나 리그베다는 그 근원은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사상은 한국의 다석 유영모 선생이 말했던 “진리는 하나이나 선지자는 여럿”이라는 철학과도 연결된다.그는 동서양의 모든 종교를 하나로 회통시킨 순수 한국철학자로 유명하다.
 
천부경 역시 우주의 근원을 ‘일(一)’로 설명한다. 결국 인간 문명은 서로 다른 언어와 종교를 가졌지만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질문을 던져 왔던 셈이다. 오늘날 세계는 종교와 이념, 민족과 국가의 충돌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AI 기술 역시 인간을 연결하면서도 동시에 분열시키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리그베다의 이 문장은 더욱 중요해진다.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근원적 하나를 바라보는 문명적 시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파니샤드, 인간 내면의 우주를 발견
베다가 우주의 질서를 노래했다면, 우파니샤드는 인간 내면의 우주를 탐구했다.우파니샤드는 “스승 곁에 가까이 앉아 진리를 듣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힌두 철학은 단순한 제사와 의식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기 시작한다.
 
우파니샤드의 핵심은 브라만(Brahman)과 아트만(Atman) 사상이다. 브라만은 우주의 궁극적 실재이며, 아트만은 인간 내면의 참된 자아다. 그리고 우파니샤드는 인간의 영혼과 우주의 본질이 결국 하나라고 말한다.
 
“타트 트밤 아시(Tat Tvam Asi). 너는 그것이다.” -찬도기야 우파니샤드
 
이 문장은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은 우주와 단절된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일부라는 뜻이다. 천부경의 천·지·인 사상 역시 인간을 하늘과 땅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생명으로 본다. 동양의 오래된 영성은 인간을 자연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보지 않았다. 인간은 우주와 함께 호흡하는 존재라고 이해했다.
 
“어둠에서 빛으로” 우파니샤드에는 인간 영혼의 가장 오래된 기도 가운데 하나가 있다.
“어둠에서 나를 빛으로 이끌어 주소서. 죽음에서 영원으로 이끌어 주소서.” -브리하다란야카 우파니샤드
 
이 구절은 단순한 종교 문장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영원한 갈망이다.
어둠은 무지와 탐욕, 증오와 두려움을 뜻한다. 그리고 빛은 진리와 사랑, 깨달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인류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 풍요로운 문명을 이루었다. 그러나 동시에 깊은 불안과 공허 속에 살아가고 있다. AI는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내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든다. 그러나 인간의 영혼과 사랑, 고통과 희망까지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인류는 다시 영성을 찾기 시작한다.우파니샤드는 인간 안에 우주적 빛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단순한 데이터와 기계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함께 걸어가라”
리그베다의 또 다른 유명한 구절은 공동체 정신의 본질을 보여준다.
 
“함께 걸어가라. 함께 말하라. 너희의 마음을 하나로 하라.” -리그베다 10:191
 
현대 사회는 경쟁과 속도의 문명 속에서 점점 공동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AI 시대 역시 생산성과 효율은 높아졌지만 인간 사이의 단절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베다는 인간이 서로 연결된 존재라고 말한다.천부경 역시 인간을 관계 속의 존재로 이해한다. 하늘과 땅, 인간은 서로 단절된 개체가 아니라 순환하는 생명의 구조다.결국 미래 문명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 능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힌두 경전과 인도의 AI 시대
오늘날 세계 AI 산업과 IT 산업에서 인도계 인재들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 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를 비롯해 수많은 인도 출신 인재들이 글로벌 기술 산업을 이끌고 있다. 물론 이것을 단순히 힌두 경전의 영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영어 교육과 수학 중심 교육, 거대한 인구 구조와 치열한 경쟁 시스템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인도의 깊은 철학 전통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인도 문명은 오래전부터 존재와 의식, 논리와 추상적 사고를 탐구해 왔다. 숫자 체계와 ‘0’의 개념 역시 인도 문명에서 발전했다. AI 시대는 단순 암기보다 추상적 사고와 창의적 융합 능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철학적 사유의 깊이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천부경 역시 우주적 통합 사고를 강조한다는 사실이다.천부경은 인간과 자연, 우주와 생명을 하나의 순환 구조로 본다. 이것은 AI 시대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기술은 인간의 손을 강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인간의 영혼을 대신할 수는 없다.결국 미래 문명의 경쟁력은 기술력만이 아니라 인간 이해의 깊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 시대, 다시 고대의 질문 앞에 선 인류
베다와 우파니샤드는 수천 년 전의 경전이지만 그 질문은 지금도 놀라울 만큼 현대적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의식은 무엇인가.
우주는 단순한 기계인가, 아니면 살아 있는 질서인가.
 
AI 시대의 인류는 지금 다시 고대의 질문 앞에 서 있다. 그리고 힌두교의 오래된 경전들은 조용히 말한다. 인간은 우주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며, 생명은 서로 연결돼 있고, 진리는 하나이되 그 표현은 다양할 수 있다고.
 
천부경 역시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은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생명 흐름 속에 있다는것이다.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21세기 인류가 다시 읽어야 할 것은 더 빠른 기술 설명서가 아니라, 인간과 우주를 함께 성찰했던 고대의 영성 경전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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