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영웅'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떠난 지 약 2년 만에 지도자 복귀를 선언했다. 무대는 태국 2부 리그(태국 리그 2) 칸차나부리 파워 FC(Kanchanaburi Power FC)다. 베트남 대표팀을 떠난 뒤 공식 지도자 활동이 없었던 만큼 현지에서는 이번 선택을 두고 반가움과 동시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현지 매체 VnExpress 등을 종합하면, 박 감독은 칸차나부리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한국축구협회(KFA) 부회장직을 맡아 2026 월드컵 준비 업무를 겸하고 있어 태국 현장 합류는 오는 7월부터다.
박 감독은 계약 후 "여러 나라에서 제안을 받았고 베트남도 포함돼 있었다"며 "하지만 태국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한국 감독이 진정으로 성공한 적 없는 길이기 때문"이라는 소신을 전했다. 이어 "칸차나부리의 장기적인 비전과 축구에 대한 진정성이 내 안에 도전 정신을 불태웠다"며 "태국과 베트남, 나아가 동남아시아 전체를 연결하는 감독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강등된 구단 재건이 첫 임무... 이정수·노영수 코치 동행
칸차나부리는 2017년 창단해 2022~2023시즌 태국 리그 3 서부 지역 우승, 2024~2025시즌 플레이오프를 거쳐 1부 리그 승격에 성공한 신흥 구단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태국 리그 1에서 27라운드 기준 14위(승점 22점)에 그치며 잔류권과 2점 차이로 끝내 강등됐다.
구단은 강등 위기 탈출을 위해 김상식 전 베트남 대표팀·U23 감독의 전 수석 코치 이정수 감독을 긴급 영입했지만 마지막 3경기에서 기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구단 측은 그러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검증된 한국인 감독의 지도 방식은 단순한 위기 대응책이 아니다"라며 박 감독을 선임했다.
코칭스태프에는 한국인으로는 이정수 수석 코치와 체력 코치 노영수가 합류했다. 이어 왕사 파누퐁 수석 코치, 파나라이 판시리 분석 코치, 나라팁 판프롬 골키퍼 코치 등 태국인 3명이 포함됐다. 구단이 박 감독에게 제시한 목표는 네 가지로 ▲1년 내 태국 리그 1 승격 ▲5년 내 태국 최강 구단 도약 ▲부리람 유나이티드와의 경쟁력 확보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출전권 획득이다.
◆ 2017년 이후 베트남 영웅... 2023년 1월 이후 2년 넘게 감독직 공백
앞서 박 감독은 2017년 말 베트남 대표팀에 부임한 뒤 당시 바닥까지 떨어진 베트남 축구를 단숨에 끌어올려 국민 영웅으로 불렸다. 2018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8 AFF컵 우승, 2019·2021 SEA게임 금메달, 2022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진출 등 혁혁한 성과를 이뤄냈다.
아울러 임기 내내 베트남을 FIFA 랭킹 100위권에 유지시키며 동남아시아 1위를 지켰다. 2023년 1월 계약 만료 이후에는 인도·동남아 각국 대표팀 하마평과 더불어 베트남 클럽·한국 대표팀 임시 감독설이 돌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독을 맡기보다는 베트남 2부 리그 박닌 클럽 자문과 축구 아카데미 운영 및 각종 대외 활동에 집중했다.
◆ 베트남 팬들 "걱정도 되지만 축하"... 엇갈린 댓글 반응
박 감독의 복귀 소식이 전해지자 베트남에서는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박 감독님 축하한다”고 남겼고, 또 다른 이용자는 “새로운 자리에서 성공하시길 바란다”는 진심어린 응원도 전했다. 이어 “베트남에서 이뤘던 것처럼 새 자리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는 글도 올라왔다.
반면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했다. 한 댓글에는 “이 클럽은 끝난 것 아니냐, 6개월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달렸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번 도전은 순탄치 않을 것 같다. 태국은 베트남이나 한국과 문화가 다르다. 2부리그 팀에서 조기 경질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나이와 업무 강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팬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다. 클럽 감독은 대표팀보다 훨씬 바쁘고 연중 일정이 이어지는데 연세를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몇 달 안에 능력이 검증될 것”이라며 단기간 성과 여부에 주목했다.
베트남과의 인연을 떠올리는 반응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나중에 베트남과 다시 맞붙어 패한다면 어떨지 궁금하다”며 “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성공 여부는 실력뿐 아니라 전 나라와의 인연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한편 박 감독이 합류할 칸차나부리는 현재 태국 리그 2에서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구단 창단 8년 만에 1부 리그에 올랐다가 단 한 시즌 만에 강등된 구단을 박 감독이 다시 1부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동남아시아 축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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