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이란전쟁 이야기] 휴전협정으로 급한 불 끈 미국·이란...이젠 '노아협정'으로 평화의 기틀을 놓아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컨테이너선.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의 컨테이너선.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2026년 5월 중동은 다시 한번 세계의 심장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보여주었다. 미국과 이란은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갔고, 세계 경제는 다시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 앞에서 숨을 죽였다.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금융시장은 흔들렸으며 세계 각국은 혹시라도 중동 전면전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다행히도 미국과 이란은 막판에 휴전 연장과 종전 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이란 원유 수출 일부 재개, 핵협상 재개 등이 포함된 이번 합의안은 일단 세계 경제의 급한 불을 끄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 봉합’에 가깝다. 중동의 진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의 불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갈등, 수니파와 시아파의 역사적 대립, 그리고 석유와 종교와 패권이 뒤엉킨 구조적 충돌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 중동에는 단순한 휴전 이상의 새로운 문명적 질서가 필요하다. 그것은 무력 균형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궁극적으로는 아브라함 계통의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가 서로를 ‘적’이 아니라 ‘같은 뿌리의 형제 문명’으로 인식하는 새로운 평화 질서가 필요하다. 필자는 그것을 ‘노아협정(Noah Covenant)’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왜 세계 경제의 목줄인가.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다. 이곳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동맥이다. 하루 평균 약 2천만 배럴 안팎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이 좁은 바다를 지나간다.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의 원유와 LNG가 바로 이 길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향한다. 특히 한국·일본·중국 같은 동북아 산업국가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은 생명선과도 같다.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상당수가 이곳을 지나며 국내 정유·석유화학·철강·해운 산업 역시 이 항로 안정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의 불안은 단순한 중동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경제의 혈관이 흔들리는 문제다.
 
이번 미국과 이란의 충돌 위기 속에서 세계 금융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국제 유가는 단기간에 급등 압력을 받았다. 브렌트유와 WTI는 중동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되며 크게 흔들렸고 해운 보험료와 원유 운송 비용 역시 상승 압박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 증시는 정유·방산·에너지 관련주 중심으로 급등락을 반복했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다시 달러와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했다. 세계 시장이 긴장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면 어떻게 되는가, 바로 이 질문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혁명수비대는 과거에도 기뢰 설치, 유조선 나포, 드론 위협 등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전략적 인질’처럼 활용해 왔다. 미국 역시 중동에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미사일 방어체계를 대거 증강 배치하며 압박했다.

이번에도 상황은 매우 위험했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란 이스파한 지하 핵시설에 대한 추가 벙커버스터 공격론이 제기됐고, 이란 역시 미군 기지 및 동맹국에 대한 비대칭 보복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만약 양측이 군사적으로 충돌했다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이상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충격과 공급망 충격을 동시에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휴전안은 세계 경제를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번 휴전안의 핵심은 ‘시간 벌기’다. 이번 미국·이란 MOU 초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 개방. 둘째, 60일간 휴전 연장. 셋째, 그 기간 동안 핵 협상을 포함한 종전 협상 추진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상당한 진전처럼 보인다. 이란은 해협에 설치한 기뢰 제거와 항행 자유 보장을 약속하고 미국은 이란 원유 수출 일부 허용과 항만 봉쇄 완화에 나선다. 동시에 양측은 우라늄 농축 문제와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측 모두 근본적 양보를 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성과에 대한 보상” 원칙을 강조한다. 즉 이란이 실질적으로 핵 포기 조치를 검증받아야만 제재 완화를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선제적 양보는 불가능하다”는 태도다. 특히 60% 농축 우라늄 약 440kg 문제는 이란 내부 정치와 혁명수비대 체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의 전략적 승리로 만들고 싶어 한다. 반대로 이란은 이것이 ‘굴복’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양측의 근본적 불신이 드러난다. 미국은 “이란은 시간을 벌며 핵무기 문턱 국가가 되려 한다”고 의심한다. 이란은 “미국은 언제든 합의를 뒤집는다”고 믿는다. 실제로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일방 탈퇴하면서 사실상 붕괴됐다.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의 약속을 신뢰하기 어렵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의 핵 활동을 신뢰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협상 역시 단기간에 최종 타결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무엇보다 핵 협상은 하루아침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사찰 재개, 시설 접근, 제재 해제, 자금 동결 해제 등은 모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문제들이다. 더구나 현재 이란은 60% 수준의 준무기급 농축 우라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 선언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이번 60일 협상은 평화를 완성하는 시간이 아니라, 파국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에 가깝다. 오히려 앞으로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장기 잠정 합의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면전은 피하되 완전한 평화에도 이르지 못하는 불안정한 균형 상태 말이다.

이란은 왜 미국이 쉽게 다룰 수 없는 나라인가. 미국은 세계 최강 군사대국이다. 그러나 이란은 단순한 약소국이 아니다. 이란은 5천 년 페르시아 문명의 후예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은 한때 메소포타미아와 중앙아시아, 중동 전체를 지배했던 초강대국이었다. 오늘날 이란은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역사적 자존심과 지정학적 생존 감각은 매우 강하다. 특히 이란 지도부는 미국식 정면 대결보다 장기 소모전과 비대칭 전략에 훨씬 익숙하다. 그들은 직접 전면전을 벌이기보다 호르무즈 해협, 시아파 네트워크, 드론전, 대리전, 심리전 등을 활용한다. 미국이 압도적 화력을 갖고 있어도 중동 전체를 안정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이란은 단순히 국가 하나가 아니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과 연결된 거대한 지정학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군사적으로 우세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동 전체를 장기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더구나 미국 역시 중동 전쟁의 피로감을 안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미국 사회 내부에는 “끝없는 중동전쟁”에 대한 회의감이 깊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강경한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외교적 타결 가능성을 끝까지 열어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지금 중동은 단순한 군사적 승패가 아니라 “누가 장기적으로 질서를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는 ‘노아협정’이 필요하다.  오늘날 중동은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일정 부분 변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아라비아, UAE, 바레인, 모로코 일부 국가들은 관계 정상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평화는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가 서로의 공통 뿌리를 인정할 때 가능하다. 성경과 꾸란, 유대 전통 모두 노아를 인류 공통의 조상 가운데 한 사람으로 본다. 아브라함 역시 결국 노아의 계보 안에 있다. 유대인과 아랍인, 페르시아인 모두 완전히 다른 존재가 아니라 오랜 문명사 속에서 얽혀온 형제 문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것을 ‘노아협정’이라 부르고 싶다. 노아협정은 단순한 외교 협정이 아니다. 그것은 문명 간 상호 인정의 선언이다.

첫째, 서로의 생존권 인정.
둘째, 종교적 공존 원칙 확립.
셋째, 석유와 에너지를 전쟁이 아니라 공동 번영의 기반으로 전환.
넷째,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중동 경제 질서 구축이다.

중동은 석유의 땅이기 이전에 문명의 땅이다. 페르시아와 아라비아, 히브리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만난 곳이며 인류의 종교와 철학과 무역이 교차하던 장소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는 그 중동을 오직 전쟁과 테러와 석유 분쟁의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중동 역시 AI와 반도체, 디지털 금융과 스마트시티 경쟁의 시대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UAE의 AI 국가전략, 카타르의 에너지·물류 허브 전략은 모두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흐름이다. 이란 역시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와 협력하지 않으면 미래를 만들기 어렵다. 결국 중동도 더 이상 과거의 방식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시대에 들어가고 있다.

한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한국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외교 뉴스로 봐서는 안 된다. 첫째, 에너지 안보다. 한국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다. 호르무즈 해협 불안은 곧 한국 경제 리스크다. 전략비축유 확대와 공급선 다변화가 중요하다. 둘째, 조선·해운·방산 산업 기회다. 중동 긴장이 높아질수록 LNG선, 유조선, 방산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들은 지정학 리스크를 산업 전략과 연결해 봐야 한다. 셋째, 중동 외교의 균형감각이다. 한국은 미국 동맹국이지만 동시에 중동 산유국들과도 긴밀한 경제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만 과도하게 치우치기보다 실용적 균형외교가 필요하다. 넷째, 한국은 ‘문명 중재국’ 역할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식민지와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경험한 드문 나라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함께 경험한 국가이기도 하다.

AI 시대 세계는 다시 인간과 문명, 종교와 기술의 균형을 묻고 있다. 한국은 단순한 경제국가를 넘어 문명적 대화와 평화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중동은 지금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은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총성이 멈춘다고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서로를 제거하는 힘이 아니라 서로가 같은 인간이며 같은 문명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노아의 홍수 이후 인류가 다시 문명을 세웠듯이 오늘의 중동 역시 새로운 공존의 질서를 다시 세워야 한다.

미국과 이란의 이번 휴전은 어쩌면 단순한 군사적 타협이 아니라 인류 문명이 또 한 번 파국 직전에서 방향을 틀어선 순간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지금 세계는 AI 혁명과 지정학 충돌, 에너지 재편과 문명 충돌이 동시에 일어나는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군사력만으로는 세계를 안정시킬 수 없다. 결국 인간과 문명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철학이 필요하다.

‘노아협정’은 바로 그 질문이다. 전쟁 이후에도 인류는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 서로 다른 종교와 문명은 공존할 수 있는가. 석유와 핵과 패권을 넘어 인간이라는 공통 운명을 발견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AI 시대 인류가 가야 할 새로운 문명의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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