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철근 누락에 이어 부산 내성지하차도 개통 3개월 만에 인근 지역에서 지반 침하 현상이 반복됐다. 두 건설 현장의 공통점은 지하 40m 이상 깊이에 교통망을 놓는 ‘대심도 공사’다. 도시 과밀 현상으로 대심도 공사 빈도가 높아진 반면 관리 체계 구축은 해외에 비해 미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서울시 건설알림이에 따르면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3공구의 공정률은 57.91%다. 영동대로 3공구는 총사업비 1조7000억원 규모의 대형 지하 인프라 사업이다.
삼성역 공사 구간 지하 5층에서는 시공 오류(철근 누락)가 뒤늦게 확인됐다. 지하 5층 승강장 전체 기둥 218개 가운데 80개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고 이 중 50개는 설계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철근이 2열로 시공돼야 하지만 1열로 잘못 시공된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현대건설이 서울시에 최초 보고한 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지난달에서야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늦어진 이유에 대해 “현장 적용성 등을 점검한 후 최종 보강 방안을 4월에 확정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국가철도공단에 관련 내용을 6차례 보고했다고 설명했지만 공단 측은 사실상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공구별 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었지만 이를 별도 보고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GTX-A 삼성역 구간은 국가철도공단이 서울시에 위탁해 시공 중인 사업이다.
부산 내성지하차도 입구에서는 한 달 새 지반침하 현상이 잇따라 발생했다. 부산시는 대심도 공사 이후 되메우기 공정 미흡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진행했지만 직접적인 이상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 시공 오류와 사후 관리 체계 미비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도 공백이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9월 발간한 ‘대심도 지하공간 개발 증가에 따른 서울시 지하안전관리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대심도 공사와 관련된 제도와 기준이 전반적으로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GTX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도심 철도 지하화와 대심도 도로 건설이 잇따르며 관련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도심 내 가용 부지가 부족하고 지상 인프라 확충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심도 활용은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제도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20년 발의된 ‘대심도 특별법’은 안전·환경 기준 위반 시 처벌과 공사 중지 명령 등을 포함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현재는 철도지하화통합개발법과 지하안전법 등을 일부 준용하는 수준으로 관련 법체계가 흩어져 있다.
대심도 공사는 일반 지하공사보다 훨씬 깊은 심도에서 이뤄지는 만큼 지반 조건과 지하수 흐름, 수리지질학적 특성이 크게 달라 보다 정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다만 현행 지하환경영향평가와 지하안전관리계획은 지반침하 예방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대심도 공사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일본은 2000년 ‘대심도 지하 공공적 사용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관련 기준을 체계화했다. 도쿄외곽순환도로 건설 당시에는 공정 상황 공개와 장기 안전 모니터링 체계를 함께 운영했다.
서울연구원은 “발주처는 설계 단계에서 수립된 모니터링 계획이 실제 현장에서도 설계대로 운영되는지 분기별·반기별로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개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실시간 모니터링 데이터 공유 시스템 구축 △제3자 전문기관 정기 검증제도 △주민참여형 모니터링 위원회 도입 등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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