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무투표 당선 513명…선거는 있는데 경쟁은 사라졌다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된 결과는 한국 지방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총 7829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고, 평균 경쟁률은 1.8대 1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와 같은 수준의 역대 최저 경쟁률이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무투표 당선자가 513명으로 집계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무투표 당선은 제도적으로 허용된 결과다. 후보자가 선출 정수 이하로 등록되면 별도의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핵심은 경쟁과 선택이다. 유권자가 후보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순간, 선거는 형식만 남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300곳이 넘는 선거구에서 투표가 실시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접수일인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및 캠프 대리인들이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접수일인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및 캠프 대리인들이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무투표 당선이 기초의원과 지방의원에 집중된 점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지역 정치가 특정 정당 중심으로 고착되면서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사실상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평균 경쟁률 1.8대 1이라는 수치 역시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정치 참여의 위축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방정치는 주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수와 경쟁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정치 전반에 대한 참여 의지가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정당 공천 구조의 문제다. 특정 지역에서 공천이 당선을 사실상 보장하는 구조가 형성되면 새로운 인물이 도전하기 어렵다. 둘째, 정치 진입 장벽이다. 지방선거라 하더라도 선거 비용, 조직, 인지도 확보 등 현실적 부담이 크다. 셋째, 정치 불신이다. 정치 전반에 대한 낮은 신뢰가 후보자 참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장기적으로 지방자치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이 없는 정치에서는 책임성도 약화된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않아도 되는 구조에서는 정책 경쟁이 약해지고,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도 저하될 수 있다. 또한 특정 세력이 지역 정치를 장기간 독점하는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투표 당선 증가 현상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지방자치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그 기반이 약해지면 중앙 정치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법은 분명하다. 우선 공천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특정 정당 독점 구조를 완화하고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둘째,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청년과 전문가, 지역 활동가 등 다양한 인재가 정치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장벽 완화가 필요하다. 셋째,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지방정치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정책 중심 선거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선거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선택의 과정이다. 선택이 사라진 선거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약화시킨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낮은 경쟁률과 무투표 당선 확대는 분명한 경고 신호다.



무투표 당선 513명이라는 기록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구조적 문제의 결과다. 이제는 이 흐름을 방치할 것인지,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경쟁이 살아 있는 정치, 선택이 가능한 선거로 돌아가는 것이 지방자치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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