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미·중 관세 인하 공감대…한국 수출 전략, 다시 짜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세 인하와 비관세 장벽 완화에 대해 원칙적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중국 상무부는 양국이 일정 범위 제품에 대해 상호 관세 인하를 논의하고, 농산물 등 일부 분야에서 시장 접근을 개선하는 방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품목의 관세를 얼마나 인하할지, 구체적인 이행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번 발표는 미·중 통상 관계가 대립 일변도에서 부분적 협력 국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양국은 고율 관세와 각종 비관세 장벽을 통해 사실상 ‘경제 전쟁’에 가까운 갈등을 이어왔다. 이러한 긴장이 완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4일 중국 베이징 톈탄공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옆에 서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4일 중국 베이징 톈탄공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옆에 서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그러나 이 변화가 한국 경제에 반드시 호재만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누려온 ‘반사이익 구조’가 약화될 가능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던 시기에는 공급망 분절과 거래 제한으로 인해 한국 기업이 대체 공급자로 부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도체, 배터리, 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이러한 흐름이 나타났다.



하지만 양국이 다시 직접 거래를 확대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필요한 품목을 직접 조달하게 되면, 중간재를 공급해 온 한국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특히 관세가 인하되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농산물과 항공 분야 협력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항공기를 확대 구매하고, 미국이 관련 수출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협력이 이뤄질 경우 제3국 기업의 시장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이는 특정 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교역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다.



비관세 장벽 완화 역시 중요한 변수다. 통상에서 실제 영향력이 큰 것은 관세보다 규제, 인증, 시장 진입 조건이다. 양국이 이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면 기업 활동 환경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기술, 식품, 바이오 등 규제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시장 판도가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이번 합의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미·중 긴장이 완화되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줄고, 투자 심리와 교역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기회로 작용할지, 위기로 전환될지는 대응 전략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제 수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첫째,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 인도, 중동 등 신흥 시장으로 수출 기반을 넓혀야 한다. 둘째,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 중간재 공급에서 벗어나
핵심 기술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미·중 관계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셋째, 통상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 미·중 양국의 정책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정보와 협상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에 대한 통상 정보 제공과 규제 대응 지원을 강화하고, 산업별 맞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미·중 합의는 최종 결론이 아니라 과정의 일부다.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방향성은 분명하다. 갈등 일변도에서 경쟁과 협력이 병행되는 새로운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과거의 반사이익에 기대는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환경이 바뀌면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관망할 때가 아니라 준비할 때다. 미·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한국 역시 수출 전략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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