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미·중 정상회담 더 복잡해진 한국의 셈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 테이블에는 관세와 반도체, 희토류와 AI, 대만과 중동 문제까지 세계 경제와 안보 질서를 흔드는 핵심 의제가 올라갔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회담은 겉으로는 관계 안정과 갈등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중은 이미 상호관세를 일정 기간 완화하며 이른바 ‘관세 휴전’ 상태에 들어가 있다. 중국은 일부 희토류 수출 제한을 완화했고 미국도 일부 제재 조치를 조정했다. 글로벌 공급망 충격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본질은 타협보다 주도권 경쟁에 더 가깝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면서도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 충격은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역시 경기 둔화와 수출 위축 속에서 미국과 충돌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서로 갈등을 줄이고 싶어 회담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충돌 비용을 관리하기 위해 마주 앉은 셈이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AI와 첨단기술 문제다. 미국은 반도체와 AI 인프라를 국가안보 자산으로 규정하며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와 배터리 공급망을 지렛대로 맞서고 있다. 과거 미·중 갈등이 단순한 무역분쟁이었다면 이제는 기술 패권과 산업 지배력 경쟁으로 이동한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 이 충돌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미국 안보 체제와 중국 시장 사이에서 동시에 연결돼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와 조선까지 대부분의 핵심 산업이 미·중 공급망과 직결돼 있다. 어느 한쪽 변화만으로도 기업 투자와 수출 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운영 문제와 연결돼 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국내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대만해협 긴장과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면 물류와 에너지 비용 충격도 피하기 어렵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 하나가 한국 산업과 금융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미국과 중국이 공급망과 기술 질서를 새로 짜는 동안 한국은 개별 현안 대응에 매달리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반도체 지원책은 늦고, AI 인프라 경쟁은 뒤처지고 있으며, 에너지·광물 공급망 전략도 아직 불안정하다. 외교 역시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일관된 전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경쟁은 이제 일시적 갈등이 아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도, 국제 정세가 바뀌어도 상당 기간 이어질 구조적 충돌에 가깝다. 한국 외교와 산업 전략 역시 단기 이벤트 대응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중국 시장과 공급망 현실도 냉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과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전략의 속도다. 미·중은 이미 AI와 반도체, 희토류와 에너지까지 미래 산업 질서를 놓고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정치 갈등과 단기 현안에 발이 묶여 있다. 세계 질서 재편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보여주는 신호다. 한국 역시 더 이상 관전자 위치에 머물 수 없다. 외교와 산업, 안보 전략을 동시에 재정비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진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4일 중국 베이징 톈탄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4일 중국 베이징 톈탄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