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칼럼] 교육감 선거, 더 이상의 '눈 가리고 아웅'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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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지방선거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지방선거는 가장 어려운 선거라고 할 수 있다. 뽑아야 하는 후보의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광역단체장을 뽑아야 하고, 광역의원인 시의원과 도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회 의원까지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만 해도 무려 4명을 뽑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교육감까지 뽑아야 한다. 이 정도가 되면 후보를 제대로 알고 뽑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5명의 후보자를 선택하려면 최소 10명 이상의 후보자 면면을 살펴봐야 하는데, 생업에 종사하면서 이렇게 많은 후보를 자세히 검토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정치학을 전공하고 정치학을 가르쳐 온 교수인 필자의 경우도 후보자들의 이력을 자세히 살핀 뒤 투표하지 못한다. 뉴스에 나오는 시민들은 정책을 보고 투표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투표하는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다. 선관위에서 배포하는 후보자 유인물이나 공보물조차 제대로 보지 않아, 다양한 전과가 있는 인물도 당선되는 것이 현실인데,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이들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줄투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줄투표란 유권자가 자신이 선택한 광역단체장 후보가 속한 정당의 광역의원, 기초의원, 기초단체장 후보들을 줄줄이 선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정치란 당위성에만 입각한 영역이 아니라 현실에 충실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이런 줄투표 현상을 무작정 비난하기도 어렵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교육감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기는 쉽지 않다. 교육감 후보들에 대한 관심도는 광역단체장 후보는 물론이고 기초단체장 후보보다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서울의 경우 10조 원 이상의 예산을 운용하는 막강한 자리다. 이렇듯 막강한 자리임에도 관심이 낮은 상황 속에서 교육감 선거가 치러질 수밖에 없으니, 선거가 복마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교육감 선거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점은,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후보의 정당 소속을 금지한다는 점이다. 정당 간 경쟁이 교육행정에 직접 개입하면, 교육정책이 학생·학부모의 공익보다 특정 정파의 이해에 따라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후보들의 정당 소속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감은 일반 행정이 아니라 교육행정을 맡는 자리라서, 정치적 편향을 줄이고 교육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당 소속을 금한다는 이유도 제시된다. 이것이 ‘흥미로운’ 이유는, 당위론에 매달려 현실을 외면한 채, 관성적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교육감 선거 방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육감 후보들은 자신이야말로 특정 정당과 관련이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선거 점퍼다. 진보 진영의 교육감 후보는 파란색 점퍼를 입고 다니고, 보수 진영의 후보는 빨간색 점퍼를 선호한다. 물론 이번 선거는 어떨지 모르겠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워낙 낮은 상황이라, 보수 진영 후보들은 하얀 바탕에 빨간색 글씨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다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얀색 점퍼든 빨간색 점퍼든, 자신의 진영 정당을 표현하려 애쓰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이 현실인데도, 굳이 정당 소속이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니,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나타나는 ‘요지경’이다. 보수 진영은 보수 진영대로, 진보 진영은 진보 진영대로 이른바 후보 단일화를 위해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한다. 이들이 생각하기에는 아마도 후보 단일화만 이루어지면 이길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실제로도 후보 단일화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종종 나타나는 ‘불편한 상황’은 지금 우리가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을 뽑자고 하는 것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결과를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교육적인 모습’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교육에서의 정치색 배제보다 더욱 심각한 ‘비교육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후보 단일화 결과에 불복하기도 한다. 교육감을 하겠다는 분들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 무용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할 것이면, 차라리 교육감 후보가 광역단체장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와 광역단체장과 함께 선택받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교육감 후보가 광역단체장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되면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의 상당수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교육감 후보가 광역단체장의 러닝메이트가 될 경우, 정당 소속이 아니면서도 정당 소속이라는 인상을 주려 애쓰는 ‘위선’이 사라질 수 있다. ‘위선’이야말로 비교육적 처신인데, 이것이 사라지기만 해도 그나마 ‘교육’을 입에 올릴 수는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이렇게 될 경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부작용’과 ‘잡음’도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러닝메이트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같은 진영의 후보들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만일 정당 간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질서’ 있게 단일화가 진행될 수 있다. 정당 간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사례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잡음이 양산되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다.
 
당위론에 얽매여,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포장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교육감 선거 후보자들의 정당 소속을 금지한다고 해서 우리 교육 현장이 정치적으로 완전한 중립지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의 노조도 진보와 보수로 갈려 있는 마당에, 교육감 선거 후보자들의 정당 소속을 금지한다고 해서 교육 현장에서 진영 논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는 당위론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에 맞는 문제 해결 방식을 찾을 때다. 해결책의 중심에는 ‘교육’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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