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진단, 전략의 출발점이 되다]
양종희 리더십의 핵심은 위기를 읽는 방식에 있다. 그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닌 구조적 불확실성으로 규정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교역 약화와 지정학 리스크, 대내적으로는 소비 둔화와 저성장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위기다.
이 진단은 금융 전략의 방향을 결정한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위기를 ‘방어해야 할 변수’로 본다. 그러나 양종희는 이를 ‘경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신호’로 해석한다. 그는 올해 금융산업의 키워드를 ‘불확실성’과 ‘양극화’로 제시하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대응은 세 가지다. 안정적 자산관리, 주주환원 이행, 건전성 유지다. 겉으로 보면 매우 전통적인 금융 전략이다. 그러나 이 세 축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이익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이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보다 생존, 속도보다 지속성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위기 대응 중심의 전략은 조직을 보수적으로 만든다. 보수적 조직은 혁신을 늦춘다. 결국 양종희 리더십은 위기를 관리하는 동시에 그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영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의 본질적 시험이다.
[ 은행 강화, KB 체질 변화의 중심축]
금리 하락 국면에서 은행 중심 수익 구조는 필연적으로 흔들린다. 순이자마진 축소는 금융지주 수익성의 구조적 약점이다. 양종희는 이를 정확히 읽고 비은행 중심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증권, 보험, 자산관리, IB 부문 강화는 단순한 수익 다변화가 아니다. 이는 금융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전략이다. 실제로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증가를 통해 은행 수익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사 전략이다. 양종희는 취임 이후 주요 계열사 CEO를 대폭 교체하며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의 은행 중심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 비은행 출신을 전면에 배치한 것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권력 구조의 변화다.
금융지주의 경쟁력은 더 이상 은행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본시장, 자산관리, 보험, 글로벌 금융이 결합된 복합 구조에서 나온다. 양종희는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그러나 과제는 남아 있다. 비은행 강화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조직 문화, 리스크 관리, 수익 구조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은행 중심 DNA가 강한 조직일수록 이 전환은 더 어렵다. 양종희의 리더십은 이 ‘보이지 않는 저항’을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AI 300개, 기술이 아닌 시스템 혁신]
양종희 전략에서 가장 공격적인 영역은 AI다. 그는 300여 개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이 숫자는 상징적이다. 단순한 디지털 투자 수준을 넘어 조직 운영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지다. AI는 비용 절감 도구가 아니라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고객 분석, 리스크 평가, 내부통제, 상품 개발까지 금융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KB금융은 이를 위해 데이터 현대화와 AI 플랫폼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올바른 방향이다. AI 경쟁력의 핵심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데이터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AI가 조직을 바꾸는가, 아니면 조직이 AI를 흡수하는가. 대부분의 금융사는 후자의 길을 걷는다. 기존 프로세스 위에 AI를 얹고 효율을 개선하는 데 그친다.
진짜 혁신은 다르다. AI가 판단을 바꾸고, 의사결정 권한을 재배치해야 한다. 양종희의 AI 전략은 아직 그 초입에 있다. 성공 여부는 향후 2~3년 안에 판가름 날 것이다.
[ 생산적 금융, 금융의 역할을 재정의하다]
양종희는 생산적 금융을 금융 본연의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대응이 아니라 금융 철학의 변화다.
그는 기존 금융이 재무지표 중심으로 자금 공급을 결정해 온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산업과 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본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접근은 기업가정신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금융은 더 이상 안전한 곳에 돈을 빌려주는 산업이 아니다. 가능성이 있는 곳에 자본을 투입하는 산업이다.
AI, 반도체 등 전략 산업 지원은 그 대표 사례다. 그러나 생산적 금융은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동반한다. 금융은 리스크를 회피하는 산업이고, 생산적 금융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활동이다.
이 모순을 어떻게 풀 것인가. 양종희는 아직 완성된 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방향은 명확하다. 그는 ‘전환’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 전환이 성공하려면 조직의 평가 기준부터 바뀌어야 한다. 단기 실적이 아니라 장기 가치, 안전성뿐 아니라 성장성이 함께 평가돼야 한다. 이것이 생산적 금융의 핵심 조건이다.
[신뢰와 상생, 금융의 최종 경쟁력]
양종희 리더십의 마지막 축은 신뢰다. 그는 금융의 경쟁력을 ‘신뢰’로 정의한다.
그래서 상생금융과 내부통제 강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소상공인 지원, 사회공헌 확대, ESG 경영 강화는 단순한 이미지 전략이 아니다. 금융의 존재 이유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다.
특히 내부통제 강화는 중요한 변화다. 책무구조도 도입, 내부통제 조직 확대, 평가 지표 반영 등은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조치다.
금융에서 신뢰는 결과가 아니라 전제다. 신뢰가 무너지면 모든 전략은 무의미해진다.
양종희는 이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신뢰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고가 없는 조직, 투명한 의사결정, 일관된 책임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그의 리더십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변화 속에서도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가.”
[ SWOT 분석]
강점(Strength)
양종희는 명확한 위기 인식과 전략적 사고를 갖춘 리더다. 비은행 강화, AI 전환, 생산적 금융, 상생금융을 동시에 추진하며 KB금융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주주환원 정책과 밸류업 전략을 통해 시장 신뢰를 확보한 점은 강력한 경쟁력이다.
약점(Weakness)
전략이 다층적이어서 실행력이 분산될 위험이 있다. 안정과 혁신이라는 상충된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조직 내부의 방향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AI 전략 역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회(Opportunity)
AI 금융, 생산적 금융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은 KB금융의 장기 성장 기회다. 특히 데이터 기반 금융 전환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위협(Threat)
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글로벌 불확실성, 빅테크 금융 진입, 내부통제 리스크가 주요 위협이다. 특히 전략 간 충돌로 인한 조직 혼선이 가장 큰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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