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경찰 자진 출석한 피의자 체포는 위법…사유·필요성 충족 안 돼"

  • 성매매알선 혐의 징역 1년·벌금 1000만원 선고 원심 확정

  •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도착…증거 인멸·도망할 언동 없어"

  • "체포 중 진술 부분 외 나머지 증거만으로 유죄 인정 충분"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3월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대법관들과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3월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대법관들과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서에 자진 출석한 피의자를 체포한 것은 그 사유와 필요성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법한 영장 집행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성매매처벌법 위반(성매매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6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오피스텔 4개 호실을 빌린 후 여성 종업원을 고용해 인터넷 사이트의 광고를 보고 찾아온 남성 손님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60만원을 선고했다.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이 위법이라는 A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의 청구와 발부는 적법하다"면서도 "체포영장의 집행에 따른 체포는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의정부지검 소속 검사는 2021년 1월 22일 경기북부경찰청 소속 경찰관의 신청에 따라 A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의정부지법 소속 판사는 같은 달 25일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1월 26일 A씨의 계좌, 2월 4일 A씨가 빌린 오피스텔을 각각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오피스텔에 대한 압수수색 직전 A씨에게 처음으로 연락해 영장 집행 과정에 참여할지를 확인했지만, A씨는 당시 전북 전주시에 머물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경찰은 여러 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로 A씨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지방에 있어 출석이 어렵다', '변호인과 상담 후 출석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가 2월 19일 오후 3시 자진 출석하기로 했다. A씨가 해당 시간에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경찰은 발부된 영장을 집행해 A씨를 체포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피고인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할 당시 영장에 의한 체포의 사유와 그 필요성이 충족됐다고 본 판단은 어느 모로 보나 경험칙에 비춰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자진 출석하기로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경찰청 정문 앞 안내실에 도착했고, 체포 당시 담당 부서의 위치를 묻고 있었다고 하고 있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언동을 보이지 않았다"며 "그러므로 체포영장의 집행 당시 피고인에 대해 체포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돼 있었다는 점 이외에 체포의 사유와 그 필요성을 인정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체포영장의 집행 직후 작성된 '피의자체포보고서'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자진 출석 경위와 형사 처벌 전력만 기재돼 있을 뿐 피고인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했던 이유는 물론 피고인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근거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이나 기재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원심판결에 체포영장의 집행과 수사·소송 절차의 위법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면서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법한 체포에 의한 유치 중에 작성된 수사 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와 피고인의 진술서는 모두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으나, 1심과 원심 판결문에 기재된 유죄의 증거 중 피고인의 진술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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