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그를 만나자마자 나는 망설임 없이 질문을 던졌다. “대만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취한 대표적인 정책이 무엇이냐”, “대만의 동기는 무엇인지”, “대만이 중국을 떠나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 등등이었다. 그의 대답은 한마디로 압축되었다. ‘중국을 어떻게 보느냐’가 이 같은 정책적 전환을 추동하는 관건 요소였음을 강조했다. 즉, 중국에 대한 대만의 경제적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중국을 ‘시장’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공장’으로 볼 것인지를 우선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과거 대만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시장’으로 봤다고 한다. 물론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특히 90년대와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대만에 중국은 공장이었다. 구매력이 부족한 나라였고, 풍부한 저렴한 노동력과 함께 정부 정책에 대한 혜택이 많은 상황 때문이었다. 2002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정식 회원국이 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2007년까지 연 평균 12%의 고성장률, 2007년에는 유례없는 14.2%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구매력도 상승되었다. 그러면서 중국을 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시장으로서의 중국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 대만 친구가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줬다. 중국을 시장으로 인식하고 투자를 많이 하면 중국 시장이 안 좋을 때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그는 이를 주식시장에 빗대었다. 시장이 좋은 때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시황이 안 좋으면 물린다는 사실이었다. 즉, 시장이 하락세일 때는 투자를 철회하거나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불경기 조짐은 몇 년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편적으로 5%대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서 발견할 수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월에 올해 경제성장률을 4.5~5% 대로 전망했다. 그야말로 2000년대의 연 평균 경제성장률의 반토막이 난 것이다. 특히 몇 년 전부터 중국의 성장률은 5%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올해는 4.5~5% 대를 유지할 것으로 중국 당국은 지난 3월에 발표한 바 있다. 그야말로 2000년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의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를 일찍이 감지한 대만은 2016년 차이잉원 총통 당선 이후 중국 시장에서의 탈출구를 대만 기업에 마련해주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리쇼어링에 연착륙할 수 있게 하는 국가적 사업이었다. 그 정책은 ‘대만 기업의 귀환을 환영’하는 정책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3년 동안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대만이 리쇼어링 정책을 개진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중국 내부 경제 상황의 하락세도 있었지만, 대외적인 경제 환경의 변화가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중국 내부 경제 상황의 변화로 상승하는 임금과 임대료 등이 주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헝다’ 부동산 개발 업체의 부도로 인한 중국의 부동산 위기도 한몫했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2017년부터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채택하면서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일어난 관세전쟁이 대만의 대중 경제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촉발했다. 관세전쟁을 통해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구의 첨단 과학기술 원천과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만으로서 새로운 공급망에서 새로운 자리매김이 불가피한 상황에 당면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국에 대한 정책 전환은 필연적으로 인식되었다.
이 과정에서 2016년에 취임한 차이 총통은 국가 차원에서 ‘신남방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초기의 취지와 목적에는 아세안(ASEAN) 10개국과 남아시아 6개국,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 등과의 경제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민간 교류를 장려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이 중국 다음으로 대만의 가장 큰 무역 시장임에도 이들에 대한 대만의 이해가 부족한 현실을 차이 행정부가 절감한 데서 비롯되었다. 민간 교류 활성화 목적을 가지고 추진된 정책은 트럼프 취임 직후 미·중 경쟁 시작과 함께 대만의 해외 시장 다변화의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이 과정에서 리쇼어링이 우선순위에 올라서게 되었고, 3년 뒤인 2019년에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이 대만 해외 기업에 제공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리쇼어링 정책이 효과를 보면서 대만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감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와 더불어 대만의 무역 및 투자 시장의 다변화도 병행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2024년부터는 미국이 대만의 최대 무역국이 되는 결과도 보았다. 물론 홍콩을 중국 시장에 포함하면 아직은 대만에게 미국보다 더 큰 무역 시장이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중국 시장 자체만을 놓고 보면 미국이 이를 추월했다는 이야기다.
2024년 대만의 신규 해외 투자 금액의 7%만이 중국행이었다. 2010년에 대만의 해외 투자 중 83%가 중국으로 향한 사실에 비하면 상당히 전향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리쇼어링 정책이 채택된 이듬해인 2020년에는 33%로 하락했다. 2023년에는 중국이 대만의 해외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4%로 급락했다. 대신 동남아 투자 비중이 이때부터 중국을 추월했다. 2024년에는 약 8%를 기록했는데 대만 투자가 미국·일본·동남아로의 첨단 산업 투자 쏠림이 심화되는 시점을 맞이한 것이다. 2025년에는 3%대를 기록하면서 2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대중국 투자 잔액도 사상 처음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는 약 2.0%대가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동남아에 대한 투자 비중이 확대된 결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대만의 리쇼어링 정책의 효과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 동안 1619개 대만 기업이 회귀했다. 이들이 대만에 재투자한 금액만 2조 대만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이들이 창출한 취업 자리만 16만개에 이르렀다.
중국은 2005년부터 대만의 최대 무역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이 대만의 총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당시 17%였다. 2008년에 39%의 비중을 차지한 중국 시장이 차이 총통의 신남방 정책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는 지속되었다. 2016년에 40.1%로 상승한 후 2020년에는 43.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30%대를 유지하다가 2025년에는 26.6%로 하락했다. 올해는 24%대로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아세안 국가와의 교역이 활성화되었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 정부 정책에서는 리쇼어링을 장려하고 중국 시장에서의 탈출 전략을 제공하는 기틀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우리 기업이 중국 국내외 상황 변화에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만이 리쇼어링 정책을 채택한 2019년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볼 수 있다. 2020년에 우리의 해외 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4%였다. 이듬해 8.9%로 하락했으나 2022년에 10.2%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2023년부터 한 자릿수를 기록하는 양상을 보인다. 2023년에 2.9%를 기록했고, 2024에는 3.5%로 추정된다. 2025년에는 2.5%대에 머물렀으며, 올해는 약 2%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도 2019년부터 하락세를 보인다. 23%대를 2021년까지 유지하더니 2022년에 21.9%, 2023년에 21.1%, 2024년에 20.3%, 2025년에 19.1%를 기록했다. 올해는 18%대로 전망된다. 총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역시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에 31.2%를 기록하고 2020년에 32.5%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31.9%로 떨어지더니 2022년에 29.5%, 2023년에 26.1%, 2024년에 23.4%를 기록했다. 그리고 2025년 19.8%를 기록하면서 20%가 처음 깨졌다. 올해는 19% 이하로 전망된다.
대만과 우리의 경제 및 산업 구조를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주력 산업 면에서 경쟁하는 분야도 많지만 다른 면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의 사례에서 우리가 하나 배울 점은 있다. 여기에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 감축의 필요성을 기업이 현장에서 절실히 느끼는데 우리는 대만과 달리 정부 차원에서 출구 전략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다. 대만이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한 리쇼어링 정책으로 대만은 상당한 경제적 낙수효과를 보고 있다. 하락세인 중국 시장에서 탈피해 자국으로 귀환하면서 경제성장률은 물론 취업률의 상승도 주도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조국으로 회귀를 원해도 고임금, 고임대로, 고유통비, 고환율 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만은 다양한 보조 프로그램을 통해 귀환을 원하는 자국 기업에 상당한 혜택을 부여한다. 그 결과 대만은 21세기에 중국 다음으로 유례없는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우리가 아직 2% 이하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미국 웨슬리언대 정치학 학사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석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