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광이 다시 뛰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의 하늘길이 막혔던 시기, 관광산업은 가장 먼저 멈췄고 가장 늦게 회복된 산업이었다. 여행사는 문을 닫았고, 호텔과 면세점, 식당과 공연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위기의 시간은 서울 관광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도 됐다. 쇼핑 중심의 저가 단체관광에서 벗어나 등산, 한류, 예술, 체험, 축제,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관광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변화의 중심에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가 있다. 그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서울관광재단 대표로 취임했고, 서울관광재단 최초로 연임을 이어가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빛초롱축제,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 광화문 서울썸머비치, 여의도 서울달, 서울컬처라운지 등은 길 대표 체제에서 서울 관광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그는 서울관광재단의 역할을 “전 세계 관광객들이 서울에 와서 많은 돈을 쓰게 하고, 서울 경제를 번영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 대표의 목표는 분명하다. 서울을 글로벌 톱5 관광도시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2023년 ‘서울관광 미래비전 3377 전략’을 제시했다.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 1인당 소비액 300만원, 평균 체류기간 7일, 재방문율 70%가 핵심이다. 현재 일부 지표는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 길 대표는 “300만원 소비는 270만원 정도까지 올라왔고, 체류기간도 6일 가까이 됐으며, 재방문율도 50%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숫자만 보지 않는다. 서울 관광의 다음 경쟁력은 콘텐츠라고 본다. K팝, K푸드, K뷰티가 서울 관광을 이끌고 있지만, 한류 열풍도 언젠가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그는 “포스트 한류” 전략으로 예술관광을 밀고 있다. 뉴욕과 런던, 파리처럼 공연, 미술, 뮤지컬, 심포니, 박물관과 미술관이 도시 관광을 떠받치는 구조를 서울에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음은 길기연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코로나로 관광이 사실상 멈춘 시기에 서울관광재단 대표로 취임했다. 당시 가장 먼저 내린 판단은 무엇이었나.
“관광이라는 것은 원래 대면 활동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산업이다. 그런데 코로나 때는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대면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랜선으로 MICE 회의를 하고, 자연으로 가면 코로나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으니 등산관광 같은 것도 기획했다.
당시 여행업계가 굉장히 어려웠다. 오세훈 시장님과 상의해서 약 300억원을 여행업계에 지원했다. 위기가 왔지만 분명히 지나갈 것이라고 봤다. 메르스도 있었고 사스도 있었지만 결국 극복됐다. 그래서 그때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길 대표는 위기 대응의 핵심을 “차분한 준비”라고 했다.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관광이 멈춘 시간에 서울 관광의 약점을 돌아보고,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해야 했다.
- 당시 관광산업의 붕괴가 아니라 전환의 기회라고 봤다고 했다. 판단 근거는 무엇이었나.
“코로나 전에는 서울 관광이 쇼핑에 의존하는 측면이 컸다. 중국 단체관광객이 오면 쇼핑센터를 많이 데려가는 식의 관광이 성행했다. 덤핑 관광도 많았고, 중국 관광객들의 불만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그런 구조가 싹 사라졌다. 덤핑 관광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양질의 관광으로 다시 돌아오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서울 관광의 방향 전환을 상징한다. 단순히 많이 데려오고 많이 팔던 관광에서, 오래 머물게 하고 깊이 경험하게 하는 관광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객의 숫자만큼 중요한 것은 체류기간, 소비액, 만족도, 재방문율이다.
“서울관광재단, 위탁기관에서 콘텐츠 생산기관으로 바꿨다”
- 연임하면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성과를 만든 핵심 동력은 무엇인가.
“저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창조적인 것을 중시한다. 남이 한 것을 모방하기보다 스스로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한다. 예전 서울관광재단은 서울시 산하기관으로서 관광국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성격이 강했다. 위탁사업을 하고 일부 수수료를 받는 구조였다.
제가 와서는 독자 사업을 많이 했다. 독자 생존력을 키워야 한다고 봤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 서울빛초롱축제, 광화문 서울썸머비치, 여의도 서울달, 서울컬처라운지 같은 사업이다. 매년 새로운 콘텐츠를 런칭했다.”
길 대표는 자신을 “호기심이 많고 실행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책을 읽고, 필사하고, 해외를 다니며, 방송과 뉴스로 트렌드를 읽는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생각에서 그치지만, 그는 시장조사를 거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직원들과 협의해 곧바로 실행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서울관광재단의 변화는 단순한 조직 운영 변화가 아니다. 관광도시 서울이 더 이상 고궁과 쇼핑, 명동과 면세점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 변화다. 도시 자체가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야 하고, 관광재단은 그 콘텐츠를 기획하고 연결하고 세계에 알려야 한다.
- 2022년부터 시작한 외국인 등산관광이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나.
“제가 아는 독일 여성 지인이 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서울이 너무 좋다고 했다. 산이 가까이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독일 뮌헨에 살았는데 산에 가려면 6시간을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은 산이 가까이 있고, 산에 가면 절이 있다. 절도 너무 아름답다고 했다. 거기서 모티브를 얻었다.
외국인들이 이런 감성을 느끼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외국인 팔로워 3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서울에 아름다운 산이 있는데 가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85%가 가보고 싶다고 했다. 등산장비나 등산화를 가져오기 힘드니 우리가 무료로 빌려주면 어떠냐고 했더니 95% 이상이 너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감을 얻고 북악산에 1호점을 열었다. 오세훈 시장님이 보시고 좋다고 해서 2호점, 3호점까지 만들었다. 지금도 이용객이 매년 50% 이상 늘고 있다.”
도심 등산관광은 서울만의 경쟁력을 정확히 짚은 사업이다. 런던, 파리, 뉴욕 같은 대도시는 세계적 문화자산을 갖고 있지만, 서울처럼 도심 가까이에 산과 성곽, 절과 골목이 함께 있는 도시는 드물다. 외국인에게 서울의 산은 단순한 등산로가 아니다. 도시와 자연, 역사와 종교, 일상과 여행이 한꺼번에 만나는 경험이다.
길 대표는 서울의 핵심 경쟁력으로 깨끗함, 한강, 산, 600년 고궁, 역동성, 친절, 안전을 꼽았다. 그는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대도시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말했다. 서울은 자연과 역사, 현대적 활력이 함께 있는 도시라는 것이다.
“서울 사람 따라하기가 관광상품이 되는 시대”
- 관광 흐름이 랜드마크를 보는 것에서 문화를 체험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어디까지 갈 것으로 보나.
“체험관광은 앞으로 관광의 대세가 될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이나 에펠탑 같은 랜드마크는 이미 많이 봤다. 이제 사람들은 서울에 와서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어볼지, 서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를 궁금해한다.
방송, 드라마, 넷플릭스 영화 속에 서울의 거리와 시민들의 모습이 많이 비춰졌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서울 사람을 따라 해보고 싶어 한다. 저희가 ‘서울 사람 따라하기’ 같은 상품을 만드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서울 사람이 출근할 때 무엇을 먹는지, 점심시간에는 어떻게 보내는지, 퇴근 후에는 무엇을 하는지까지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이 말은 오늘날 도시관광의 변화를 정확히 보여준다. 과거 관광객은 명소를 찍고 떠났다. 지금 관광객은 그 도시의 삶을 잠시 빌려 살고 싶어 한다. 홍대, 성수동, 북촌, 광장시장, 한강, 서촌, 낙산 성곽길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인은 서울 시민이 걷고 먹고 쉬고 즐기는 방식을 체험하고 싶어 한다.
- 서울컬처라운지도 체험형 관광의 대표 사례인가.
“그렇다. 서울관광재단 삼일빌딩 11층에 250평짜리 공간이 비어 있었다. 행사 때만 쓰고 비어 있는 것이 아까웠다. 한류가 뜨고 있으니 한류체험센터, 서울컬처라운지를 만들자고 했다.
거기서 한글을 가르친다. 세종대왕께서 백성들이 쉽게 익힐 수 있는 글을 만들고자 한 것이 한글이다. 요즘 외국인들도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한다. 한글을 연습하고, 부채나 탁상시계에 ‘서울을 사랑합니다’ 같은 문구를 예쁘게 써서 가져가게 한다. 민화도 그리게 하고, 자개로 명함지갑을 만들게 한다. 1년에 2만명 정도가 온다. 100% 외국인들이다. 너무 즐거워한다.”
서울컬처라운지는 관광의 소비 방식을 바꾼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고, 배우고, 가져간다. 외국인에게 한글, 민화, 자개는 한국 문화의 감각을 손으로 만지는 경험이다. 이 경험은 사진보다 오래 남고, 재방문의 이유가 될 수 있다.
“K팝은 강력하지만 언젠가 약해진다…포스트 한류는 예술관광”
- 한류가 서울 관광을 이끌고 있다. 이 흐름을 어떻게 이어갈 계획인가.
“지금 K팝, K푸드, K뷰티, K코스메틱이 대박을 치고 외국인들이 많이 오고 있다. 지금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정부나 서울시가 더 과감히 투자해서 K팝을 활용해 전 세계 관광객을 계속 서울로 끌어들여야 한다.
하지만 한류도 언젠가는 페이드아웃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의 J팝도 2000년대에 성행했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 홍콩 영화도 1980년대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지금은 찾는 사람이 줄었다. 그래서 저희는 포스트 한류로 예술관광을 포지셔닝하고 있다.”
길 대표는 한류의 현재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서울 관광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본다. K팝 스타와 드라마는 강력한 흡인력이 있지만, 특정 유행에만 기대는 도시는 오래가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뉴욕, 런던, 파리 모델을 주목한다. 이 도시들은 랜드마크만으로 관광객을 부르지 않는다. 뮤지컬, 연극, 발레, 심포니, 미술관, 박물관이 도시 관광을 떠받친다.
- 예술관광을 미래 핵심전략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뉴욕이나 런던, 파리 같은 관광도시는 랜드마크뿐 아니라 뮤지컬, 연극, 발레, 심포니, 미술이 굉장히 발달했다. 사람들이 그것을 보러 간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간 적이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려고 갔는데 줄이 2km씩 서 있었다. 미술관 하나가 1년에 350만명을 유치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600만명을 유치한다. 우리도 이건희 미술관 같은 것이 본격화되면 문화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본다.”
예술관광은 소비액과 체류기간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공연을 보려면 하루 더 묵어야 하고, 미술관을 보려면 동선이 늘어난다. 굿즈와 예술품 구매도 일어난다. 무엇보다 예술로 감동을 받은 관광객은 도시를 다시 떠올린다. 길 대표는 이를 “리피터, 재고객”이라고 표현했다.
“서울예술관광 얼라이언스, 문화기관과 관광을 연결한다”
- 서울예술관광 얼라이언스도 출범시켰다. 어떤 구상인가.
“작년에 뮤지컬 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리움미술관, 간송미술관 등 100개 정도 기관과 얼라이언스를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오면 그런 곳을 쉽게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관광재단,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교향악단, DDP, 서울경제진흥원 등 여러 기관이 모여 회의도 한다. 그분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저희 홈페이지와 전 세계 관광객들이 보는 채널에 올려준다. 외국인들이 그것을 보고 프로그램을 찾아간다.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서울예술관광 얼라이언스는 서울 관광의 약점을 보완하는 시도다. 서울은 고궁과 쇼핑, 한강과 K팝은 강하지만, 공연과 전시를 관광상품으로 묶는 시스템은 아직 뉴욕·런던·파리에 비해 약하다. 외국인이 서울에 와서 어떤 공연을 볼 수 있는지, 어떤 전시가 열리는지, 어떻게 예약하고 이동할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길 대표는 올해도 서울예술상품 공모전을 열고, 여행사와 협업해 예술관광 코스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술관광은 단순한 문화정책이 아니라 관광산업 전략이다. 체류기간을 늘리고, 소비를 늘리고, 재방문율을 높이는 도시경제 전략이다.
“3377 전략, 서울 관광을 숫자로 바꾸는 목표”
- 2023년 서울관광 미래비전 3377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3377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을 유입하고, 1인당 300만원을 쓰게 하고, 평균 7일을 머물게 하고, 재방문율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이 2000만명 가까이 되고 있으니 3000만명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1인당 소비액 300만원은 거의 270만원까지 올라왔고, 체류기간 7일은 거의 6일까지 올라왔다. 재방문율 70%도 지금 50% 정도에 육박하고 있어서 많이 좋아지고 있다.”
길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달성이 당초 목표보다 늦어질 수 있지만, 3~4년 내 돌파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일본 사례를 들었다. 과거에는 한국과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규모가 비슷했지만, 지금은 일본이 크게 앞서 있다. 길 대표는 “일본 못지않게 우리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기 때문에 시간문제”라고 했다.
3377 전략은 서울 관광을 단순히 “많이 오게 하는 것”에서 “많이 쓰고, 오래 머물고, 다시 오게 하는 것”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관광객 3000만명보다 중요한 것은 1인당 소비액과 체류기간, 재방문율이다. 싸게 와서 잠깐 쇼핑하고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오래 머물며 공연을 보고, 한강을 걷고, 산에 오르고, 한글을 배우고, 다시 오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한다.
“관광은 국가 기간산업…제조업보다 일자리 효과 크다”
- 관광을 단순 서비스산업이 아니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많다.
“관광은 엄청나게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코로나 때 관광객이 안 들어오니까 도시의 가게들이 문을 닫고 힘들었다. 관광객이 오면 먹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하고, 쇼핑해야 하고, 이동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돈으로 연결된다.
관광은 제조업에 비해 4~5배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는 통계도 있다. 앞으로 관광을 먹고 노는 향락산업으로 보면 안 된다. 국가적인 기간산업으로 봐야 한다.”
길 대표는 관광산업의 미래성을 AI와 로봇 시대와 연결해 설명했다. 많은 생활은 AI와 로봇이 대신할 수 있지만, 관광은 사람이 직접 비행기를 타고 와서 보고, 먹고, 체험해야 한다. 관광은 디지털로 대체되지 않는 경험산업이다. 그래서 미래에도 수요가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관광산업 비중이 아직 낮다고 했다.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관광 선진국은 관광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한국은 아직 3%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광수지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길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과 1인당 소비 300만원이 실현되면 충분히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봤다.
“서울의 경쟁력은 깨끗함, 안전, 친절, 한강과 산”
- 서울 관광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서울은 굉장히 깨끗하다. 런던이나 파리, 뉴욕 지하철을 보면 지저분한 곳도 많다. 서울은 깨끗하고, 한강이라는 좋은 강이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세계 대도시 대부분은 평야에 있는데, 서울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는 드물다.
또 600년 된 고궁이 있고,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활기차고 역동적인 모습도 있다. 국민들이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물건값도 비교적 괜찮고, 치안도 안전하다. 관광이 갖춰야 할 여러 요소를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이 경쟁력이 있다.”
서울의 관광 자원은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경복궁과 창덕궁이 있고, 북촌과 서촌이 있으며, 성수동과 홍대가 있다. 한강과 남산, 청계천과 광장시장, 낙산 성곽길과 북한산이 있다. 전통과 현대, 자연과 도시, 쇼핑과 예술, 음식과 체험이 가까운 거리에 압축돼 있다.
길 대표는 특히 외국인들이 서울의 환대와 안전에 만족한다고 했다. 도시 관광에서 안전은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밤에도 걷기 쉽고, 대중교통이 편리하며, 통신망이 잘 갖춰져 있는 점도 서울의 강점이다.
“인플루언서와 BTS, 제니가 서울을 세계에 알린다”
- 여행 인플루언서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저희는 글로벌 서울메이트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의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재학생들을 1년에 한 번씩 뽑는다. 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씩 미션을 준다. 예를 들어 여의도 벚꽃이 유명하니 가서 취재해 올리게 하고, 한강도 찍어 올리게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서울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서울관광재단은 스타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길 대표는 BTS가 5년간 서울 홍보대사로 함께했고, 이들이 동대문, DDP, 세빛섬 등에서 촬영한 콘텐츠가 세계에 노출되면서 막대한 홍보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블랙핑크 제니와 함께한 홍보 영상이 6억명 이상에게 노출됐다고 했다.
관광 홍보의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박람회와 브로슈어, 여행사 상품이 중심이었다. 지금은 스타의 영상, 인플루언서의 숏폼, 외국인 학생의 일상 콘텐츠가 도시 이미지를 만든다. 서울은 이 디지털 홍보전에서 강한 무기를 갖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K푸드와 K뷰티의 파급력이 서울이라는 도시 이미지와 결합하기 때문이다.
“오버투어리즘, 북촌은 이미 관리가 필요하다”
-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주민 반발도 크다. 서울은 어떤가.
“서울에서는 북촌이 오버투어리즘 때문에 고통을 겪은 대표 사례다. 지금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형버스가 북촌 안에 들어갈 수 없다. 주민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서는 입장료를 받거나 관광세, 도시세 같은 방식으로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은 도시세를 받아 컨벤션장도 계속 짓고 있다. 일본도 호텔 숙박세 같은 것을 걷는다. 관광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려면 이런 제도도 필요하다.”
서울이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려면 주민과의 공존도 중요해진다. 관광객이 몰리는 동네에서 소음, 쓰레기, 사생활 침해가 커지면 주민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 관광도시는 관광객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다. 주민이 살기 좋은 도시여야 관광객도 다시 오고 싶어 한다. 길 대표의 말처럼 주민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필요하다.
“호텔이 모자란다…중저가 호텔과 특급 호텔 모두 필요하다”
- 서울이 글로벌 톱5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일단 서울로 들어오는 항공편이 많아야 한다. 또 3000만명 이상 관광객이 숙박하려면 호텔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체인 특급 호텔들이 더 들어와야 한다. 부지가 부족해서 어려움이 있지만 필요하다.
동시에 3성급 정도의 중저가 호텔도 많이 생겨야 한다. 무교동이나 종각 일대에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중저가 호텔들이 많이 생겼는데, 이런 호텔들이 더 필요하다. 앞으로 방이 계속 모자랄 것이다. 용적률 같은 것도 후하게 줘서 호텔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길 대표는 고급 관광객을 위한 특급 호텔과 대중 관광객을 위한 중저가 호텔이 모두 필요하다고 봤다. 서울이 3000만명을 넘어 5000만명 관광객까지 바라보려면 숙박 인프라 없이는 불가능하다. 글로벌 톱5 관광도시가 되려면 항공, 숙박, 교통, 통역, 정보 제공, 서비스 품질이 모두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는 서울의 도시 경쟁력 순위는 이미 높지만, 관광 순위는 아직 더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을 확보해도 톱5까지는 어렵고, 5000만명 수준은 되어야 톱5가 가능하다고 봤다. 그만큼 글로벌 관광도시 경쟁은 치열하다.
“앞으로 10년, 무엇이든 가능한 서울을 만들겠다”
- 앞으로 10년 서울은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보나.
“서울에 와서 무엇이든 가능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 저희 캐치프레이즈가 ‘Absolutely in Seoul’이다. 무엇이든 가능한 서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편안하고, 호텔도 언제든 잡을 수 있고, 택시·버스·지하철 서비스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통역도 잘 되어야 하고, 어디든 편리하게 갈 수 있어야 한다. 정보통신망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양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고 도시 경쟁력을 가꿔 나가면, 누가 인정하지 않아도 서울은 자연스럽게 상위권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 대표로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욕심은 많다. 아직 절반도 안 됐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서울에 와서 너무너무 행복한 서울, 즐거웠던 서울, 맛있는 서울, 볼거리 많은 서울, 다시 오고 싶은 서울을 만드는 것이 제 이상이다. 그렇게 점점 맞춰져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는 결국 사람이 찾는 이유로 경쟁한다. 서울이 세계 관광도시들과 경쟁하려면 더 많은 랜드마크 하나를 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울다운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산에 오르고, 한강을 걷고, 고궁을 보고, 한글을 배우고, 공연을 보고, 성수동 골목을 걷고, 광장시장에서 먹고, 밤에는 빛초롱축제를 즐기는 도시. 길기연 대표가 그리는 서울은 그런 도시다.
서울 관광의 다음 승부처는 분명하다. 한류의 열기를 예술관광으로 확장하고, 체험형 관광으로 체류기간을 늘리며, 숙박과 항공 인프라를 보강하고, 주민과 관광객이 공존하는 도시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관광은 더 이상 부수 산업이 아니다. 도시의 브랜드를 만들고, 일자리를 만들고, 내수를 살리고, 국가 이미지를 바꾸는 기간산업이다.
길 대표의 말처럼 서울은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가 됐다. 그러나 주목받는 도시와 다시 찾는 도시는 다르다. 한 번 오는 도시는 유행으로 만들 수 있지만, 다시 오는 도시는 경험으로만 만들 수 있다. 서울 관광의 미래는 바로 그 경험을 얼마나 깊고 세련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길기연 대표]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서울 관광의 회복과 전환을 이끈 현장형 관광 리더다. 그는 서울관광재단 최초로 연임을 이어가며 서울빛초롱축제,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 광화문 서울썸머비치, 여의도 서울달, 서울컬처라운지 등 서울형 관광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였다. 코로나로 관광이 멈췄던 시기에는 여행업계 지원과 비대면 관광, 등산관광을 추진하며 위기를 전환의 계기로 삼았다. 길 대표는 서울 관광의 미래 전략으로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1인당 소비 300만원, 체류 7일, 재방문율 70%를 뜻하는 ‘3377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한류 이후를 대비한 포스트 한류 전략으로는 예술관광을 강조한다. 그는 관광을 단순 서비스산업이 아니라 도시경제와 일자리, 국가 브랜드를 키우는 기간산업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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