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존경받는 가족기업을 일군다

  • 황호택 지음 '소리의 명기를 사랑한 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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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가난과 고난을 딛고 부와 명예를 획득하는 과정이 흥미롭고, 그 성취가 부럽기 때문이다.

황호택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의 근저 ‘소리의 명기를 사랑한 거상’(나남 출판)도 그러하다. 코스모스악기 창업자 민명술(閔明述·84) 회장의 회고록은 전남 해남의 가난한 집 소년이 간난신고를 거쳐 이룩한 성공 스토리를 핍진하게 펼치고 있다.

그는 열다섯 살 때 단돈 200환을 갖고 목포로 나갔다가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뒤, 서른 살에 창업해 50여 년 후 연간 매출 500억 원의 기업을 일구어냈다. 이 반세기 넘는 파노라마는 영화 ‘국제시장’을 연상케 한다. 삶의 고비마다 도움을 준 친구와 상사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베트남 파병 시절 위문편지로 만난 아내와의 러브 스토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민 회장은 1965년 베트남 파병 직전에 좌우명처럼 쓴 ‘삶과 죽음’의 비장한 쪽지를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다. 1972년의 설레던 개업 인사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기록과 다짐을 되새기며 “내 인생의 본전은 200환”이라는 자세로 살고 있으니 성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성실함은 대인관계와 사업상의 신뢰로 이어지고, 그 신뢰가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양담배와 껌 행상을 하다가 악기사에 취업할 때나 세계적 기업 야마하, 가와이 등과 제휴하는 과정은 대인관계에서의 신뢰와 호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준다.

그리고 결심한 것은 꼭 이루려고 노력해왔다고 한다. 남쪽 끝이라는 민 회장의 호 남은(南垠)은 땅끝마을 해남의 별칭이다. 땅끝은 종착점이지만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민 회장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로 살아왔다.

그리고 나누는 삶을 병행해왔다. 아내 정진숙 글라라를 따라 50세에 천주교에 입교한 민명술 프란치스코는 고향과 이웃을 위해 많은 기부와 선행을 계속했다. 어렵게 살아본 사람의 기부에는 과시나 자랑이 아니라 겸손과 감춤이 담겨 있다.

우리가 개인의 성공 스토리를 읽으면서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가족기업 문제다. 민 회장은 자녀들에게 가업 승계를 종용한 적은 없다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가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재벌에 대한 반감과 질시, 가족기업에 대한 비호감 정서가 상당하다. 부자는 선량하지 않으며 부의 세습은 나쁜 것이라거나 벌었으면 당연히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에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족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 책임 있는 장기 기획과 안정적 경영이 장점이다. 세대를 이어 사회적 책임과 혁신을 실천함으로써 국가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장수 기업도 많다. 피아노로 세계적 권위와 명망을 얻은 일본 기업 가와이는 4대째 창업자 가족이 경영하고 있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160년 넘게 가족경영을 하면서도 그 투명성과 도덕성, 부단한 사회 환원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동양의 고전 ‘예기’ 중 악기(樂記)에 의하면 “악(樂)은 베푸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악기는 연주자의 표현을 그대로 소리에 담는다. 코스모스악기는 개업 장소가 코스모스백화점이었기 때문에 생겨난 상호다. 의도했든 아니했든 ‘조화로운 세계’를 뜻하는 코스모스라는 이름은 ‘베푸는 도구’인 악기와 잘 어울린다. 코스모스악기도 존경받는 가족기업, 조화를 꾀하며 베푸는 기업으로 굳건해지기를 바란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도 있다. 악기사업을 하면서 음악인 후원활동을 꽤 한 것 같은데 잘 소개돼 있지 않다. 부인이 다섯 차례나 암 투병을 하는 동안 겪은 남편으로서의 힘겨움도 자세하지 않다. 20년 넘게 인슐린 펌프를 부착하고 사는 본인의 건강 문제에 관한 언급도 소략(疏略)하다. 이에 비해 민패밀리미술관 소장품 작가들에 대한 소개는 장황할 정도다. 이런 게 다 민 회장 본인의 겸손과 사양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 황호택은 참 부지런한 기자다. 앞으로 또 어떤 취재와 저술로 화제를 낳고 주목을 받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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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전 한국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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