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대외 변수에 따라 주가가 널뛰는 불안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 증시가 버팀목을 유지하는 건 개인 투자자들의 견조한 매수세 덕분이다. 그 기저에는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해온 세 차례의 상법 개정 등 시장 투명성 제고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주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된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 역시 고무적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지속적 신뢰확충에 필요한 개선방안들을 추가로 제시했다. 대외 충격 발생 시 시장 안정화의 속도는 결국 '증시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투자자의 확신에 달려 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중복 상장 원칙적 금지, 기업가치 훼손 방지, 기관투자자의 감시 기능 강화 등 주주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일정표와 함께 제시한 점은 정부의 개선 의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주주가 소액주주의 주식을 합법적으로 '헐값에 강탈'할 수 있는 통로는 여전히 열려 있다. 이번 대책에서도 빠진 이 치명적인 사각지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시나리오는 이렇다. 보유 현금성 자산이 많고 실적도 뛰어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된 상장회사 A가 있다. A회사의 성장성을 눈여겨본 B회사는 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뒤, 시장가보다 조금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한다. 동시에 '현금 교부 방식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상장폐지 계획을 공시한다. 주주들로서는 상장폐지 이후 환금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저평가된 공개매수에 응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주가는 공개매수 가격에 고착된다.
본래 '포괄적 주식교환'은 자회사 주주에게 모회사의 주식을 교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재계의 요구로 개정된 상법은 주식 대신 '현금'만 지급하는 것을 허용했다. 문제는 가치 산정 방식이다. 공개매수로 인해 억눌린 시가가 기준이 되다 보니,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실제 가치보다 훨씬 적은 보상을 받고 쫓겨난다. 회사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주주가 모회사의 주식조차 받지 못한 채 퇴출당하는 것이다.
A회사의 지분 100%를 확보한 B회사는 A회사가 보유했던 막대한 현금을 주주배당으로 받아 인수 대출금을 상환한다. 포괄적 주식교환 전에 배당을 했다면 소액주주들이 받았어야 할 몫까지 모두 B회사가 가져간다. 소액주주의 자산이 대주주의 인수 비용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억울한 주주들이 법원에 호소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다. 법원은 "시가대로 평가했으니 문제가 없다"며 대주주의 손을 들어준다. 결국 A회사 소액주주가 가지고 있던 자산의 상당 부분이 그 의사에 반해서 손쉽게 B회사로 넘어가고 만다.
이것은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우리 자본시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합법적 강탈 모델'이다. 상법과 자본시장법이 수차례 개정되었음에도 이 '약탈적 루프'는 끊어지지 않았다.
진정한 자본시장 선진화는 단순히 지표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을 세우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일부 언론은 계속되는 제도 변화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소액주주의 재산을 손쉽게 강탈하는 이런 구조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 있다. 우리 정부가 그 남은 길들을 마저 갈 것이라 믿으며 미리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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