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금속 가격 폭등] K-인더스트리 '중동 전쟁' 유탄 본격화...반도체·방산·배터리 등 줄타격 우려

  • 필수 원자재 공급난 심화...한국 경제 악영향

  • 헬륨·텅스텐이 취약, 공급망 다각화 필요성

  • 미중 갈등으로 희소금속 무기화 우려도

  • 배터리용 코발트도 전년 대비 55% 비싸져

카타르 도하에서 포착된 검은 연기 사진연합뉴스
카타르 도하에서 포착된 검은 연기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정유·석유화학 등 직접적 타격을 받는 산업 외에 반도체·방산 등 호황을 누리던 산업까지 비용 증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공급망 불안과 특정 소재 사용량 급증으로 주요 희소금속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는 탓이다. 

23일 로이터·CNBC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헬륨 가격은 전쟁 전과 비교해 2배가량 올랐다. 전쟁 전 1000세제곱피트(MCF)당 500달러 선이었던 헬륨 가격이 4배 뛴 20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언급된다.

헬륨 가격이 오른 건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피격으로 LNG 정제 부산물인 헬륨 생산이 멈췄기 때문이다. 전 세계 헬륨의 약 3분의 1을 생산하는 라스라판 플랜트가 이란 공격으로 운영이 정지된 상태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식각과 냉각에 필수적인 소재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은 사소한 공급망 하나만 흔들려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카타르산 헬륨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지난해 기준 전체 헬륨 수입량의 64.7%를 카타르에서 받았다. 

전자 업계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의 반도체 생산 비용 상승으로 '칩플레이션(반도체 탑재 제품 가격 상승)'이 심화할 것으로 본다. 인공지능(AI)발 수요 확대로 인한 메모리·파운드리 품귀로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 등 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가중될 전망이다. B2C(기업 대 소비자)향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시장 침체도 함께 우려된다.

반도체 미세 회로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텅스텐의 가격도 전쟁 전과 비교해 24%가량 올랐다. 중국이 지난해 2월부터 텅스텐 수출 통제 조치에 나선 가운데 중동 전쟁 발발로 미사일·드론 등 첨단무기 제조에 필수로 쓰이는 텅스텐 수요가 늘면서 가격 오름세를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텅스텐은 AI 반도체와 방산 등에 중요하게 쓰이는 물질"이라며 "전략 물자인 만큼 개별 기업 대신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인 확보와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듐·몰리브덴·스트론튬 등 반도체와 방산 등 국내 주요 산업에 필수 원자재로 투입되는 희소금속들도 가격이 천정부지다. 전쟁 여파로 공급망 불안과 수급 불균형이 겹친 영향이다. 여기에 중국이 대미 견제 목적으로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지난해 말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이 핵심 광물·희토류 프레임워크를 구성하며 중국의 희소금속 무기화에 공동 대응하는 데 뜻을 모았지만, 중동 전쟁으로 추진력이 약화한 상황이다. 중국이 이란 등을 지원하기 위해 희소금속의 수출을 제한하면 지대공 유도무기 등 각종 방산 완제품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기차용 삼원계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 가격도 전쟁 이후 사상 최고가 수준이 지속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코발트는 1년 전보다 55%가량 오른 t당 5만60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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