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은 흔히 종교 갈등으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권력 경쟁과 국가 이익이 충돌하는 양상이 더 본질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 이슬람 내부의 종파 갈등은 분쟁의 명분으로 작동할 뿐, 그 이면에는 정치·군사·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론에서 벗어나는 예외적 사례가 바로 이란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통해 종교가 단순한 정당성의 원천을 넘어 국가 권력 그 자체로 자리 잡은 독특한 체제를 구축했다. 대통령이 있지만 그 위에 군림하는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를 정점으로 한 신정 구조 속에서 종교 권위는 정치와 군, 사법, 정보기관 전반을 포괄하며 국가 운영의 핵심 축으로 기능한다. 이는 종교가 권력을 정당화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다른 중동 국가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지점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중동 전문가인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 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아랍 내 종교와 권력 관계에 대해 "종교는 더이상 결정변수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드물게 이란의 경우 종교를 내세워 집권한 후 47년간 권력화되면서 글로벌 변화의 파고를 놓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종교가 정치·경제·군부·정보 자산을 독점한 매우 특이한 기형적 정치구도가 이란의 시스템"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비교하면 이란은 종교와 권력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진 국가다.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행사하고, 종교적 정당성이 곧 정치적 권위로 직결되는 구조 속에서 국가 시스템이 작동한다. 이러한 체제는 강한 내부 결속력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외부 세계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낸다. 특히 장기간 이어진 경제 제재와 국제적 고립 속에서도 체제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이 같은 종교 권력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사례가 중동 전체를 설명하는 일반적 모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중동 분쟁의 상당수는 종교적 대립보다는 권력 재편과 지정학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며, 종교는 이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만 이란은 종교가 직접 권력으로 전환된 드문 사례로, 중동 정치 지형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결국 이란은 '종교 국가'라는 단순한 규정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 존재다. 종교가 권력의 정당성을 넘어 그 자체로 국가 시스템을 지배하는 구조 속에서, 이란은 중동의 다른 국가들과는 다른 궤적을 걸어왔다. 이러한 특수성은 오늘날 이어지는 갈등 속에서도 이란을 별도의 축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또한 이 같은 체제는 내부 통제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부와의 충돌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어, 향후 중동 정세의 핵심 변수로 계속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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