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대통령도 예외 없었던 오보의 상처 — 언론은 사실로 다시 서야 한다
아주경제 입력 2026-03-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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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보도 논란은 언론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를 다시 묻게 하는 사건이었다. 특정 사안과 관련해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보도된 내용이 확산되면서, 대통령 개인은 물론 국정 전반에도 불필요한 혼선과 부담을 초래했다.
이후 사실관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정정과 해명이 뒤따랐지만, 이미 형성된 여론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공인의 경우 해명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고는 하나, 그 또한 정치적 해석과 결합되며 또 다른 논란을 낳는다.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닌 정보가 먼저 퍼지고, 진실은 그 뒤를 쫓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다.
이번 사안의 출발점에는 통신사의 보도가 있었다. 해당 보도는 속보 경쟁 속에서 충분한 검증 없이 전달되었고, 이후 내용의 정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실수 차원을 넘어, 한국 언론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실 확인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흔들릴 때, 언론은 공기를 자처할 자격을 스스로 훼손하게 된다.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속도’가 ‘진실’을 앞서는 순간, 언론은 신뢰를 잃는다. 디지털 시대의 언론 환경은 초 단위 경쟁을 요구하지만, 그 어떤 환경에서도 사실 확인은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기준이다. 이번 사건은 그 기준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피해는 특정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오보의 파급력이다. 한 번 유통된 정보는 수많은 매체와 플랫폼을 통해 재생산된다. 정정보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왜곡된 정보가 더 오래 남는다. 이는 개인의 명예뿐 아니라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국가 최고 지도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국내외 신뢰에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더욱 크다.
사후 대응 또한 중요한 문제다. 오류를 인정하고 신속히 바로잡는 것은 언론의 최소한의 책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정이 늦어지거나, 책임이 불명확해지거나, 형식적 해명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태도는 언론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운다. 언론은 ‘틀릴 수 있는 존재’이지만, ‘책임지지 않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언론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언론으로서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순간이 있었다면, 그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우리 언론의 잘못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근본적인 변화다. 첫째, 사실 확인을 모든 보도의 출발점이자 최종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어떤 경우에도 기사화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속보 경쟁의 관행을 재정립해야 한다. ‘먼저’보다 ‘맞게’가 우선이다. 셋째, 오보 발생 시 신속하고 투명한 정정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 넷째, 내부 윤리 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조직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언론은 공기(公器)다. 공적 신뢰 위에 존재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언론의 자유는 책임과 분리될 수 없다. 불편부당과 정도 언론이라는 원칙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어야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무엇보다 사실에 대한 집요한 집착이 언론의 존재 이유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환경에서 언론은 ‘최종 검증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그 역할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때만 가능하다. 언론이 스스로를 낮추지 않으면, 사회는 더 이상 언론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은 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정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직함이 반복될 때 신뢰는 다시 쌓인다. 대통령도 예외 없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시대다. 그렇기에 언론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변화다.